5,6년전 등산을 하다가 어느 암자에서 동안의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중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70세가까이 되신 분이 얼굴은 30대정도였다.

그후 그분이 늙지않는 이유는 항상 즐거움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한의학에서는 노여워하면 간을 상하게되고 기뻐하면 심을, 우울하면
비를, 슬퍼하면 폐를, 놀라면 신을 상하게 된다고 한다.

필자는 94년1월 그렇게도 믿었던 아들이 대학입시에서 실패하였다.

그리고 바로 2월에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비운을 맛보아야했다.

침울하고 슬픈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집근처(선릉역)에서 "기공"
이라는 간판을 보고 찾게되었다.

평소 기공에 관한 책도 보고 이야기도 많이 들어왔던 나는 태극기공
수련장에 들어서는 순간 편안한 마음으로 이곳이야말로 내가 찾던 곳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도복에 마루바닥,그리고 맑은 혈색들의 얼굴과 초롱초롱한
눈동자. 바로 "기"로 단련하여 내공을 쌓은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조용한 음악속에서 부드러운 동작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동공, 가부좌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하는 정공, 이러한
수련이 계속되면서 마음의 안정과 건강을 찾게되었다.

또 기공을 수련하면서 얻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같이 수련하는
선후배들과의 교류였다.

병을 얻어 회복불능이라는 몸으로 기공을 하여 우리보다 훨씬 더
건강해진 봉원익씨(토지개발공사부장)의 태극권지도시에는 무릎이
아프고 힘들어 땀을 뻘뻘 흘리며 배웠고 위봉환씨(조흥은행업무부과장)
가 기의 운행에 대한 설명을 할때에는 상반신만 기를 운행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까워했다.

또 추광휘씨(현대전자 메모리사업본부 근무)와 주부 이명옥씨는
비슷한 입회동기로 진도를 나란히 하며 수련을 같이했다.

수련을 마친후 생맥주 혹은 막걸리를 앞에 놓고 서로 느낀 기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밤11시가 넘어 주인이 어서 나가
주기를 바라는 자리들이 계속 이어졌고 서로의 정은 깊어만 갔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과 합숙훈련을 하면서 태극기공수련의 목적인
조신 조심 조식에 전념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