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사에서 시판하고 있는 TV중 재미있는 것이 있다.

리모컨을 쳐다볼 필요없이 손으로만 만져도 작동시킬 수 있도록 된 것이다.

리모컨 단추수를 최대한 줄인 뒤 각각의 단추마다 점자처럼 촉감으로 각
기능을 구분하도록 한 것.

이처럼 인체공학적인 기능을 부여한 제품이 최근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인체공학적 제품이란 사용의 편리성을 증대시킨 것.

인체의 특성에 맞도록 제품을 설계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내놓은 명품TV는 아랫부분에 각종조작버튼을 설치했다.

그런데 이 버튼은 30도정도의 각도를 가진 판위에 붙어 있다.

30도정도의 각도가 사람이 접근하기에 가장 무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제품에 구현한 것.

이 각도는 서있는 사람이나 앉아서 보는 사람이나 조작하는데 불편이 없고
설령 누워서 발로 조작하더라도 쉽게 버튼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각 TV제조업체는 소비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인체공학적으로 접근하는 제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을 부여한 상품개발
로도 나타난다.

TV브라운관에서 발생하는 유해전자파를 차단한 TV가 붐을 이루는 것도
이때문이다.

"바이오"라는 말로 통칭되는 이같은 기능은 이제 기본기능이 돼버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체에 이로운 물질을 방출하는 TV를 내놓았다고
선전하고 있다.

대리점에서는 양파등을 갖다 놓고 성장실험을 하며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대우전자는 유해전자파를 획기적으로 차단하는 브라운관을 채택했다며
안전성을 내세워 제품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바이오기능 강조는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다시말하자면 인간 친숙형 제품 개발경쟁이다.

디자인의 다양화도 같은 맥락이다.

가전 3사는 수출품의 경우 현지의 문화와 정서에 맞는 제품개발을 필수
요건으로 하고 있다.

외국에 디자인 센터를 세우는가 하면 현지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
지역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차세대 TV에서는 성능 못지않게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