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겨먹은 사회길래 자리 얘기만 나왔다 하면 그 기능에
대한 논의보다는 직급의 높낮이와 감투 대소의 논란이 그리도 시끄러운가.

이번엔 각급 지방의회 의원들의 직급격상 움직임이 은밀히 진행돼
불쾌감을 준다.

그렇잖아도 정국은 무더기 지방선거를 바짝 앞두고 기초단체 후보의
정당공천여부로 여.야 격돌이 예고된 긴박한 상황이다.

통합선거법을 여.야가 극적 합의했다고 의기양양하던 때가 언제인데
새삼 무슨 시비냐고 의아해 하는 국민이 많다.

기초 자치단체장및 의원들의 정당소속 타당성 찬반에는 그런대로
논리가 선다.

거기에 견주면 지방의원 직급문제는 터무니가 없다.

각당의 공식반응은 없으나 문맥상으로는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여.야 정계에 묵계가 성립돼 있지 않나 하는 의구가 짙다.

보도에 따르면 종래 무보수 명예직으로 개회일의 경비만 지급받던
각급 지방의회 의원들이 93년 개정된 지자법의 애매한 조항을 근거로
고정활동비는 물론 그 준거가 되는 직급을 해당단체의 부단체장에
맞출 개연성이 아주 높다.

개정 지자법은 32조1항에 고정활동비 지급근거를 신설하되 그 상한은
대통령령에,구체액수는 각 단체의 조례에 위임해 오는 7월1일부터
발효케 만들었다.

이같은 틈새를 정계가 필요한 최소한에서 절제 이용한다면 모르되
빈틈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현실이 문제다.

이미 서울 시의원은 부시장인 차관급,광역 시.도의 의원은 1급,그밖의
의원도 부단체장 수준의 보수책정을 원하고 있고,또 거기에 꽤 넓은
합의가 형성된 듯한 감을 준다.

지방자치제가 민주화의 첩경이라는 간절한 여망으로 4년사이 그
1단계를 거쳤고 이제 본격적인 전면 실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누구도 역류키 힘든 도도한 물결이 됐다.

그러나 최소한 지자제로 나라가 잘못되는 위험성은 회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보수를 많이 받아야 책임있는 활동을 한다는 반쪽 지자제 4년의
논리도 자치경험이 긴 나라와는 동떨어진다.

그러나 보수 이면에 숨은 더 큰 고질은 고위관직에 연연하는 관존민비적
가치의식이다.

중앙과 지방의 정가가 그같은 구시대 가치관을 그대로 가진 채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하며 세계화를 추구하겠다면 나라에는 느느니
고위직 감투뿐이다.

득보다 실이 클 위험이 있다.

정가의 의도대로 오른 직급의 고정비가 지급되면 연간 1,100억원
이상의 추가소요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그 적지 않은 국고손실 보다 무서운 해독은 공무담임을 족보에
남길 벼슬로 아는 불변한 권위주의와 세도에의 무한 탐닉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