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삼성저팬사장(47)이 지난달말 주일한국기업연합회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통산 10년째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일본 시장공략방법등을
물어봤다.

-일본시장을 효율적으로 파고들기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인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개인적으로 친해지지 않으면 속마음을 말하지 않기때문에
원활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대일거래를 하면서 느끼는 한국기업들의 약점은.

"결속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싶다.

한국기업들은 기초적인 자료도 서로 교환하지 않기때문에 A기업이
조사한 것을 B,C기업이 또 조사하면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한다"

-상도덕상에도 문제가 적지않다고 들었는데.

"상사들이 겨우 거래처를 개발해 길을 터 놓으면 메이커들이 곧바로
직접 거래하겠다고 나선다.

이것은 그룹외 기업뿐아니라 계열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기업들은 한번 거래를 시작하면 그 거래선을 대단히 중요시하는
데 이들 모두 달려들어 부작용과 장음을 초래하는 예도 많다"

-무역적자는 개선될수 있다고 보는지.

"한국이 발전할수록 당분간은 무역적자도 더 확대될 것이다.

설비의존도가 커 어쩔수 없다.

반도체의 경우 이제겨우 수입(설비)보다 수출이 많아졌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7~8년이 걸렸다.

다른산업이 같은 코스를 밟는다고 가정해도 10년은 걸리지 않겠는가"

-일본시장의 장벽은 어떤것이 있나.

"솔직히 말해 장벽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극히 일부분야에 관세등의 모든 문제가 있기 하지만 그런것보다는
팔 물건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경공업제품은 경쟁력이 없고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의 경우는 수익성이
높은 다른시장을 우선 하다보니 물건이 부족하다"

-앞으로의 수출유망분야는.

"화학 철강등의 소재산업이다.

특히 화학은 대단히 유망하다고 본다.

일본도 석유가 안나는데다 인건비등 제반코스트가 한국보다 높다.

이 분야에서는 일본이 20~30%에 이른 관세를 부과, 기업을 보호하고
있지만 관세문제만 해결되면 한국산이 힘을 발휘할 것이다"

-기업이 힘써야 할 부분은.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연구는 커녕 에티켓도 제대로 모른채 부임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삼성의 경우 매년 수천명이 일본을 방문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일본 기업들이 한국기업을 경쟁자로 보는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좀더 들어가보면 경쟁보다는 협조한 부분이 더 많다.

삼성전자의 경우 도시바와 10여년에 걸쳐 매년 2회씩 정례회의를
갖고 있고 삼성물산도 닛쇼이와이와 연례회의를 열고 있다.

같은 업종이라도 서로 도와야 하고 호혜관계에서 더 많은 득을 얻는
것은 한국측이다"

[ 도쿄 = 이봉후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