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이 해외증권을 발행해 외국의 값싼 자금을 조달할수 있는
시장은 크게 세군데로 구분된다. 해당지역이외의 통화로 발행되는
무국적시장인 유러시장과 외채시장인 스위스시장,그리고 미국시장
등이다.

이들 시장엔 국내기업들이 손쉽게 접근할수 있다는 말이다. 대체로
유러시장은 공모시장이며 스위스시장은 사모시장이다. 또 미국시장은
공모와 사모가 혼합돼 있으나 사모시장이 활용하기에 수월한 편이다.

이중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첫문을
두드린 곳은 유러시장이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채권(BW) 주식예탁증서
(DR)등 해외증권을 발행할수 있도록 허용된 것은 지난85년. 같은해12월
삼성전자가 유러시장에서 2천만달러규모의 해외CB를 첫발행한 것이다.

이후 국내기업들이 해외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실적은 올상반기
까지 38억7천9백5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를 시장별로 보면 유러시장이 28억1천7백30만달러로 전체의 72.6%를
차지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유러시장에서 값싼 해외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스위스시장이 6억30만달러(15.5%)였고 미국시장 4억5천9백
20만달러(11.8%)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기업들이 유러시장을 선호하게된 가장 큰 이유는 거액의
자금을 장기저리로 조달할수 있다는 점이다. 유러시장에서 발행되는
채권의 만기는 대개15년(BW는 5년)에 달한다. 또 지난92년기준 건당
평균조달규모도 1억3천만달러로 규모가 큰편이다.

이시장은 국제주식투자의 중심지여서 광범한 투자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인수단구성이나 물량소화가 용이하다.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중시해 대규모자금을 장기로 조달할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식적인 법적
규제가 없으며 세금관련 규제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다만 만기가 길다는 점에서 투자손실을 줄이기 위해 발행한지 5~7년이
지나면 투자자들이 곧바로 상환받을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전문가들은 "유러시장에선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일때 상대적으로
발행조건이 유리해진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스위스시장은 만기가 5년정도로 짧고 비교적 작은 규모로
발행할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건당 발행규모는 5천만달러내외로
유러시장에 비해 훨씬 작은 편이다.

유통시장은 덜발달한 편이어서 장기보유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을 겨냥한
시장이다. 따라서 발행규모가 작거나 국제적인 신인도가 낮은 중소기업
들이 저리의 중기채를 발행하는데 유리한 시장이라고 할수있다.

또 국내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일 경우에도 유러시장에 비해선 안정된
조건으로 발행할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스위스시장에서 해외증권을 발행할 때는 반드시 스위스내의 은행들이
주간사를 맡게된다.

이와함께 미국의 사모시장은 등록절차가 면제되고 공시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으며 DR를 발행할때 주로 활용된다. 포철이 뉴욕증시
상장을 위해 추진중인 DR발행의 경우는 공모시장의 얘기다.

지금까지 국내기업이 미공모시장에서 해외증권을 발행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공모시장을 활용하려면 일정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까다로운
공시의무를 지켜야 한다.

발행비용도 사모시장쪽이 훨씬 저렴하다. 사모시장을 통해서나마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기업이미지를 높일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