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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가난한 예술인은 최북의 시대로 족하다

입력 2016-08-25 19:10:32 | 수정 2016-08-26 03:27:22 | 지면정보 2016-08-26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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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족과 박수가 예술의 보상?
보수 없는 곳에 자부심 있을 수 없듯
창조적 예술혼 헐값 이용 말아야

이주은 < 건국대 교수·미술사 myjoolee@konkuk.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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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업 또는 예술기획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청년이 있다고 하자. 아마도 당신은 “젊어 고생은 돈을 주고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틀림없이 너만의 길이 있을 거다. 밥벌이가 직업 선택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식의 충고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가 당신의 자녀라면 과연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며칠 전 신문기사에서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자료로 상반기 동안 직원의 평균 연봉이 최고로 높은 회사 이름들이 공개된 것을 보았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정보통신사, 전자회사, 자동차회사, 카드사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회사에 들어가 그들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수고에 상응하는 대가-높은 연봉-를 누린다. 그렇다면 예술작업 분야의 수고는 무엇으로 보상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지금까지 예술의 역사를 키워온 양분과 동력은 재능과 열정이었다. 예술가는 재능과 열정으로 명성을 얻고, 돈은 명성에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위대한 예술가일수록 자기만의 예술세계에 도취해 살 뿐 돈에는 무관심했고 아예 돈 개념이 없는 작가도 많았다.

18세기 조선의 화가 최북은 오두막에서 종일 산수화를 그려야 아침저녁 두 끼니를 때울 수 있을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도 무슨 객기인지 돈을 모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자신의 그림을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동전 몇 닢에도 선뜻 그림을 건네주곤 했다. 타고난 재능과 자발적인 열정에 대한 보상을 밥벌이를 위한 돈으로 매기는 일은 예술하는 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 모양이다.

밥벌이에는 화가 날 만큼 무력했던 가난한 예술인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 넘쳐난다. 빈센트 반 고흐도 죽기 전까지 그림을 딱 한 점밖에 팔지 못했고, 박수근도 이중섭도 모두 찢어지게 가난했다. 우리는 배고픈 예술가의 에피소드를 은근히 좋아한다. 무모한 열정, 돈에 얽매이지 않음, 사회에 대한 반항, 거친 운명은 사람들 마음속에 잠재하는 진정한 자유에 대한 막연한 선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 때문에 예술가는 다른 직장인처럼 현실 생활에 충실하게 살 수 없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처한 경제적 조건은 생각하지 않은 채 예술을 감상한다. 그저 막연하게 예술이란 인간의 자발적인 열정과 자유로운 표현 그 자체이며, 그 결과로 얻게 되는 자기 만족과 박수 갈채가 곧 보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문화예술기획 분야에서는 중견 예술인으로부터 재능을 기부받거나, 젊은 예술인에게 열정 페이를 주는 형식으로 저예산을 충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에서 재능 기부라는 형식의 기부 형태가 일반화한 뒤부터는 이런 일이 더욱 흔해지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추세다.

예술 관련 사업설명회장에 가보면 “여러분이 열정을 다해 제작한 것이 시민들이 거니는 이 자리에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놓여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라는 말로 예술인을 현혹한다. 순수한 예술인이라면 열정을 쏟을 기회만 있으면 감지덕지일 뿐, 돈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부추기는 것처럼 들린다. 한술 더 떠서 “보수가 적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주세요”라고도 한다.

예술가나 기획자에게 줄 예산이 없으면 그 프로젝트를 무리해서 추진해서는 절대 안 된다. 예산이 없는 곳에 열정이란 있을 수 없으며, 보수 가 없는 곳에 자부심이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돈 개념 없는 예술인이 자유롭고 순수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은 최북 시대의 일로 종결하면 좋겠다. 창조적인 열정에 전문가로서 누리는 기쁨이 충분히 동반되는 문화 한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주은 < 건국대 교수·미술사 myjoolee@konkuk.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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