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딴짓 못하게…공부장면 온라인 생중계…'캠스터디'에 빠진 노량진 공시족들
서울 노량진에서 5년째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최모씨(33)는 오전 7시면 컴퓨터를 켜 구글의 화상채팅 프로그램인 ‘행아웃’에 접속한다. 같은 처지의 수험생이 모인 ‘캠스터디(화상채팅으로 진행하는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각자 책상에 교재를 펴놓고 공부하는 영상을 한꺼번에 띄워놓다 보니 딴짓하는 것도 방지하고 정서적으로 의지도 된다”고 최씨는 말했다.

10만명이 넘는 공무원시험 수험생이 몰려있는 노량진 공시촌에 ‘스터디 열풍’이 불고 있다. 혼자 독서실에 틀어박혀 공부하는 전통적인 방법 대신 스터디를 통해 같이 공부할 동료를 찾는 수험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스터디는 지방에서 상경해 객지생활의 외로움을 느끼는 수험생들 사이에 필수로 자리잡았다. 경찰관 시험을 준비 중인 허모씨(26)는 오전에 학원 수업을 마친 뒤 수업에서 만난 5명의 수험생과 함께 각자 문제를 만들고 푸는 ‘OX 스터디’를 한다. 허씨는 “처음 노량진에 왔을 땐 주로 혼자 점심을 먹었지만 이젠 스터디원이 있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근엔 밴드 인스타그램 화상채팅 등 온라인을 통한 ‘메신저 스터디’가 활발하다. 다양한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해 서로의 접속 상태를 확인하고 공부 중 궁금한 것을 공유하려는 목적에서다. 대표적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9급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에는 메신저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글이 하루 100건이 넘게 올라온다.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책상과 교재 등을 생중계해 공부하는 모습을 인증하는 ‘캠스터디’가 특히 유행하고 있다.

스터디를 통해 맺어진 인연은 종종 ‘기한부 동거’로 이어지기도 한다.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스터디원끼리 기한을 정해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방식이다. 최씨도 얼마 전 스터디원과 방을 합쳤다. 준비하는 시험이 마무리되는 내년 10월까지다. 방값 절약 등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마음에 맞는 룸메이트를 구해 외로움을 덜겠다는 목적도 있다.

스터디가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공부하려고 만든 스터디가 이성 간 ‘연애스터디’로 변질돼 1년에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