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슬림, 관광시장 다변화의 열쇠
최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서방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이 확산되고, ‘테러와의 전쟁’도 거론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무슬림 모시기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 유치 경쟁이다.

오늘날 시장 규모나 성장성 측면에서 무슬림 관광시장의 잠재력과 매력이 크게 부각하고 있다. 무슬림은 약 16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3% 정도인데, 2025년까지 30%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14년 1억800만여명의 무슬림 관광객은 2020년께 1억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여행 중 쓰는 돈은 2014년 1450억달러에서 2020년 2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을 여행하는 무슬림은 연간 75만명 선이다. 이는 전체 방한 관광객의 5.3%다. 무슬림 인구가 세계 인구의 23%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관광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슬림시장 공략이 필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무슬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아랍어나 말레이·인도네시아어 가이드가 태부족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생활문화가 전혀 다른 무슬림에 맞춘 여행인프라 개선, 즉 할랄식과 기도실 보급이라고 하겠다.

방한 무슬림 관광객이 가장 우려하는 요소는 음식이다. 2013년에 한국관광공사가 무슬림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6%가 ‘한국여행에서 음식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올해 한국관광공사에서 식당의 ‘할랄친화등급제’를 새로 도입, 무슬림 관광객에게 식당 선택 정보를 책자로 제공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돼지고기나 알코올 등 무슬림이 꺼리는 식음료가 한국에서는 너무 일반적인 것이라 어려움이 많지만, 음식은 관광객에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이슬람이 종교이자 삶 자체인 무슬림에게 기도실은 필수적인 여행인프라다.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공항, 주유소 등 공공장소에 기도실을 마련해놓고 있는데, 한국에는 기도실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무슬림 관광객은 호텔 객실이나 심지어 식당에서 돗자리를 깔고 기도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문화적 차이를 떠나, 손님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아쉬움을 느낀다. 최소한 무슬림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을 때 불편 없이 기도할 수 있도록 양탄자를 준비하고, 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작은 배려부터 실천하는 건 어떨까.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다른 나라는 ‘할랄호텔’을 따로 두고 할랄식 메뉴를 제공하며, 미니바엔 알코올 음료가 없고, 심지어 수영장도 남녀 구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국가 차원에서 할랄음식에 대한 인증사업을 통해 무슬림 관광목적지라는 이미지를 다지고 있고, 태국은 풍부한 아랍어 인력을 바탕으로 무슬림 의료관광객 유치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 일본은 국제공항마다 기도실을 설치하고, 할랄식 패스트푸드점을 갖출 정도로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정성을 쏟고 있다.

한국 관광업계의 관심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에 쏠려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중국 일본 등 이웃한 두 나라 관광객에게만 의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때일수록 시장 다변화를 위해 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키우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무슬림은 이런 점에서 대단히 유용한 답을 줄 수 있다. 모두가 새로운 시야로 이 신흥시장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변추석 < 한국관광공사 사장 choo@knto.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