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양성 포용은 창조의 시작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침에 창조경제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무엇이 창조경제인가’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창의력’이라는 표현도 중시되고 있다. 창조는 경제에 있어서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 ‘창의력’이 중시되고, 어떤 중요한 사안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도 창의력은 결정적 실마리를 찾는 열쇠로 등장한다.

다양성에 대한 수용은 창의력의 시작이다. 정해진 틀 속에서 벗어나 여러 분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통합하고 융합하는 열린 마음이 창의력과 더해져 우리가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가 창조되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했다. 필리핀 하이옌 참사가 있은 뒤 성금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수많은 손길이 동참해줬다. 그리고 수많은 비정부기구(NGO)가 저개발 국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데 왜 남의 나라를 돕는 데 앞장서느냐”는 식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는 듯하다.

이런 시각은 북한 이주민이나 다문화가정, 해외 난민과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서도 똑같이 드러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주민이나 난민 출신자의 범죄율이 높다는 식의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제노포비아 현상으로 전이돼 외국인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를 야기하고 사회 갈등과 사회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145만명에 육박하고, 다문화가정 수가 15만개가 넘는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무조건 이들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것은 열린 마음을 닫아버리므로 다양성을 파괴하는 행위며, 우리 사회의 풍요로움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에는 ‘희망풍차 오케스트라’가 있다. 북한이주민 청소년으로 구성된 조그마한 오케스트라로 금난새 지휘자가 단장을 맡고 국내 유명 악단 단원들이 재능기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선율은 부족하지만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항상 미소 짓게 하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창조를 꿈꾼다면 먼저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우고 받아들이자. 다문화가족, 북한이주민들을 비롯한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이웃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유중근 < 대한적십자사 총재 june1944@redcross.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