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온도, '냉장과 발효 사이'…뉴욕 한식당 수난
뉴욕 퀸스에 있는 한식당 ‘덕향’의 리디아 박 사장은 김치를 담글 때만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6월 덕향은 뉴욕시 위생검사에서 벌점 7개를 받았다. ‘차가운 음식은 섭씨 5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뉴욕시 위생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김치를 빨리 익히기 위해서는 섭씨 20도 상온에 보관해야 한다. 박 사장은 “시 검역관들이 김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많은 한국식당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현지시간) 뉴욕시가 최근 ‘5도 규정’을 내세워 한식당들에 무더기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가운 음식을 5도 이상의 상온에서 오래 보관하면 소비자의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 뉴욕시의 주장이다. 뉴욕시가 지난해 말 A, B, C로 위생등급을 매겨 식당 입구에 부착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한 이후 한식당들의 고민이 커졌다.

한식당들은 김치는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지 않아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시 당국에 증명하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용역을 통해 발효음식인 김치의 경우 산도가 4.6 이하로 유지되기 때문에 인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시 당국은 각 식당들이 5도 규정을 지키는 대신 산도를 측정해 제시해도 된다고 허가했다. 하지만 영세한 한식당들이 정기적으로 산도를 측정해 보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식당들의 하소연이다.

맨해튼 코리아타운에서 ‘강서회관’을 운영하는 곽자분 한식세계화추진위원장은 “뉴욕시 당국이 한식당들에 벌금을 부과하려는 것은 한국의 전통을 깨라는 것과 같은 뜻”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