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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매에 대하여

      동물이나 식물이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대를 잇기를 바란다 그것은 조물주의 숨겨진 섭리이다 식물은 씨로써 대를 잇는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 보면 이 씨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씨와 열매와 과일이다 씨는 우리가 흔히 보는 작은 알갱이로써 그 속에 무수한 유전인자와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씨앗은 주로 곡식, 풀, 꽃 등이 쓰는 방법이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 과일은 주로 사람이 가꾸는 과실수에 달린다 사람들이 그 과...

    • 거두는 것에 대하여

      영화 <버림받은 나> 이른 봄 양수리로 사진을 찍으러 가다가 아주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집앞 텃밭에 고추를 수십 포기 심었는데 모두 거두지를 않고 겨우내내 저렇게 방치하여 고추들이 못쓰게 되었다 주인이야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다 고추를 거두지 못한 것이겠지만 고추의 입장에서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어차피 태어나고 자라고 푸르게 고추 맺어 사람들이 손에 따져서 푸른 고추는 푸른 대로 빨간 고추는 빨간대로 ...

    •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게 해 주십시오 죽은 듯이 세월 따라 또는 사람들 흐름 따라 한 십 년 흐르게도 해 주십시오 이러나 저러나 다 당신의 품 속 아니겠어요 한때는 저 잘난 맛에 강둑을 넘치기도 하였으나 강물의 참뜻은 강둑 안에서 도도히 흐르는 것임을 한참을 맴돈 후에야 알았습니다 자갈을 쓰다듬건 바위를 휘감아 돌건 모두가 당신의 너른 품속인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당신의 따뜻한 눈빛 아래 도도히 당신의 가슴 속을...

    • 물좀 주소

      물좀 주소 한대수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소 물은 사랑이여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아 가겠소 난 가겠소 저 언덕위로 넘어 가겠소 여행 도중에 처녀 만나 본다면 난 살겠소 같이살겠소 아아아………………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이소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오네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

    • 모내기

      방송 모내기 동영상 < 출처 : 국토포탈 > 명주 모내기 소리 모내기 5월이면 농촌 들녘에는 많은 불이 들녘에 피워지고 있었습니다. 5월 보리를 베어내고 논에 불을 지르는 일도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아마도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아 농부들의 마음이 더욱 바빠졌기 때문인가 봅니다. 비가 오면 보리밭에 불을 지피지 못하여 그만 큼 모내기가 늦어지기 때문입니다. 불을 지피는 농부에게 다가가 왜 불을 피우는지 물었더니 불...

    • 맴맴

      징검다리를 세 사람이 걷고 있다 아마 한 가족 같다 어린이는 성큼성큼 잘도 건넌다 언니가 된 듯한 처녀는 어린이 뒤를 바짝 쫓으며 사뭇 조심스럽다 아버지로 보이는 맨 뒤 남자는 넘어지기 일보직전이다 기우뚱거리며 한발 뗄 적마다 옆에서 보는 내가 더 조마조마 한다 저 뚝 너머는 꽤 깊은 물이 있고 아래쪽은 한길은 되는 낭떠러지이니 자칫 잘못하면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될 터이니 조심스럽기도 하다 세 부녀가 건너는 것을 오리 세 마리가...

    • 임자 !

      난 가끔 묻고 싶다 임자 우리가 잘 살아온 걸까? 임자 우리가 잘 사는 걸까? 임자 임지 우리가 사랑했을까? 임자 우리가 사랑하나? 난 정말 그 사람의 대답이 궁금하다 그리고 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 찔레꽃 - 먹골 김사만 씨 집 네 여자들

      찔레꽃 김종태 어머니 시들은 젖가슴에서 찔레꽃 향기가 난다 아직도 아무도 치우지 못한 산비탈 돌밭 한귀퉁이 찔레꽃 어머니 말씀대로만 살던 큰누이 홀로 호로자식들 뒷바라지하며 육십 넘게도 가시에 찔려가며 처음 맡아보는 찔레꽃 향기가 난다 꿈 많고 욕심 많던 작은누이 아직도 꿈을 깨지 못하고 잠 없는 꿈속을 헤매며 어디선가 맡은 듯한 찔레꽃 향기를 날린다 잠시 화려했던 전설을 잊지 못한 채 홀로 사는 고난이 무엇인지를 ...

    • 뒤집기 - 나는 혁명가가 아니다

      안과 겉을 뒤바꾸다. – 양말을 뒤집어 신다. 위가 밑으로, 아래가 위로 되게 하다. – 빈대떡을 뒤집다. 애기가 뒤집다. 일의 차례를 바꾸다. – 순서를 뒤집다. 일을 아주 틀어지게 하다. – 이번 사태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조용하던 것을 어지럽게 하다. – 온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다. 사물, 사실을 뒤엎다. – 학설을 뒤집다. 정부를 뒤집다. 눈을 크게 흡뜨다....

    • 광대수염 - 어릿광대의 슬픈 사랑

      광대수염 김종태 꽃받침이 광대들이 붙이는 수염 같다고 이런 엉뚱한 이름이 붙었지만 어릿광대는 늘 외로운 짓이다 어차피 광대의 길로 살아가야 하는 몸 관객 한 사람만 있다더라도 짙은 분장 뒤에서 웃어야 한다 그래도 한 사람 관객은 스스로를 위로라도 할 수 있지 아무도 없는 텅 빈 무대에서 나 혼자 3막 5장짜리 마임을 한다 해보자 광대수염 너는 숲속 그늘진 곳에서 널푸른 잎사귀 틈에 수줍게 고개 숙여 피니까 아는 사람들만 ...

    • 이 세상은 나를 술마시게 한다

      어서 오시게 안주 하나 고르세 맘에 드는 걸루 마땅한 게 없나? 그럼 이건 어떤가 그것두 맘에 안들어? 그럼 이건? 허허 그럼 이건? 그러면 우리 그냥 강가에 퍼질러 앉아 깡소주나 마심세 저 강물을 안주 삼고 바람소리 파도소리를 권주가 삼아 한잔 함세 빈 속에 소주 한 잔 뱃속이 진저리를 친다 여인의 마음처럼 소주맛 그때 그때 다 다르다 두 잔 넘어가기는 쉬워졌는데 왈칵 뱃속이 뒤집어지면서 생목이 자꾸 오른다 무...

    • 큰꽃으아리 - 어쩔 수 없었다구요?

      큰꽃으아리 김종태 건들건들 건들거리더라도 내가 건방지다고는 마세요 흔들흔들 흔들리더라도 내 마음 변한다고 생각 마세요 넌출넌출 넌출대더라도 내가 뭘 바란다고 꿈도 꾸지 마세요 잎사귀 조금 건들거려도 그냥 못 본체 지나 가세요 꽃이 조금 흔들리더라도 절대 꺾지 마세요 줄기 자꾸 넌출거려도 죽어도 버리시면 안 되어요 혹시나 버리셨어도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 마세요 Clematis patens C.Morren &...

    • 당개지치 - 영혼마저 드리리라

      당개지치 김종태 깊은 산 낮은 자세 눈길 드문 숲 속에 올해도 외로움에 홀로 지쳐 지새울 때 화들짝 놀랬습니다 당신의 발자국에 이리저리 살펴보고 뜯어보고 또 보고 이름 석자 알고자 또 얼마나 애쓰셨나 아무도 찾는 이 없던 당개지치 울었지요 이 몸을 원하시면 아낌없이 꺾이리다 마음을 달라시면 영혼마저 드리리라 드릴 것 없을 때까지 또 드리고 드리지요 식물이름: 당개지치 다른이름: 당꽃말이 과 이름: 지치과 (우리 고전에 난...

    • 생명예찬

      생명은 위대하다 어떤 생명도 위대하다 생명은 어떤 이성보다 위대하다 돌틈 세멘트에도 뿌리를 내린다 올라다니는 계단 틈이다 언제 밟힐지 모른다 풀씨는 저기에 뿌리 내리면서 습기가 없고 언제 밟힐지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까? 알고도 뿌리를 내렸을까? 이른 봄 가지치기로 잘려져나간 배나무 잘린가지를 철조망의 바지랑대로 받쳐놓았다 그 잘린가지에 배꽃이 피었다 저 배꽃은 자기가 열매 맺힐 줄 알았나?? 언제까지 저 꽃이 살까? 꽃...

    • 조각보

      모시조각보 조각조각 크고 작은 조각들을 모아 크기 따라 색깔 맞춰 홈질 감침질 쌈솔 바느질 햇살이 개구장이 되어 모시올 사이를 넘나든다 까르르르 재잘재잘 자투리 헝겊쪼가리가 예술이 되었다 욕망조각 꿈조각 때로는 원망 분노 슬픔 그리고 하소연 아픔과 망각도 조금씩 섞어가며 내 인생의 조각보를 만들려 해도 어찌나 두겁고 질긴지 돗바늘도 안 들어간다 아직은 멀었구나 표백제로 한 삼년 바래고 오뉴월 햇볕에 오년 말렸다가 ...

    • 꿩의밥 - 넌 잔디가 아냐

      꿩의밥 김종태 몇 장 잎사귀 목마름에 헐떡인다 하많은 근심에 벌써 백발이다 비올 날은 언제인가 뙤약볕 바라본다 꿈만은 높아 바지랑대 세우고 오뉴월 씨앗 영근다 어쩌다 찾은 사람 무덤은 아니 가꾸고 흘러내리는 흙 열심으로 지켰건만 잡초라고 뽑아버린다 **** 때론 토사도 구팽되고 똥친 막대기도 된다 그래도 사랑이 아름다운 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꿩의밥 Luzula capitata MIQ. 잔디밭 산...

    • 선개불알풀 - 풀밭 속 사파이어

      선개불알풀 김종태 네가 으스대며 목에 힘 주고 다닐 때 나는 쪼그라져서 기도 못 펴며 납작키로 버티었다 네가 귀화식물이리고 색안경 쓰고 볼 때 바들바들 떨며 아무 말도 못했다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낮선 땅에 흘러들어와 내 자리 찾으려고 내 뿌리 내리려고 눈치 많이 보았다 숨 죽이고 키 낮추고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살아도 죽은 듯이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살았다 내세울 것이라고는 벼룩이 눈알만한 사파이어 보란 듯 꽃 피워 자랑...

    • 구름이라는 것은

      태양과 바람의 장난감

    • 악착 같이 살아야 하는 이유

      길 가다가 가끔 보는 장면이다 도저히 식물이 살만한 곳이 못되는 곳에 버젓이 식물이 자라고 있다 중앙분리대 – 세멘콩크리트로 만들었다 저기 저렇게 늠름하게 자라고 있는 씀바귀 경탄 그 자체이다 영양분이 어디 있을까 수분은 어디 있을까? 경탄이 궁금으로 탈바꿈을 한다 쟤는 왜 저기에서 자랄까? 허구 많은 좋은 땅 놔두고 왜 하필 아무 것도 없는 세멘트 속에서 자랄까 이유는 단 하나 씀바귀씨도 어쩔 수 없이 도리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