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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라 애인이여

      저 유람차처럼 천천히 돌 것 같은 우리의 세월 저 물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빨리 오리라 아! 빛보다 빠른 세월이여 오라 애인이여 무얼 그리 망설이느냐 이별의 아픔이 두렵다고 사랑하지 않을까보냐 죽음이 두렵다고 삶을 주저할 수 없듯이 사랑은 살아있는 사람의 귄리이자 의무 깊은 사랑은 이별을 빛내 주고 많은 이별은 사랑을 강하게 한다 살아갈수록 살아가기 어렵고 사랑할수록 헤어지기는 더욱 어려워라 저 혼자 가는 인생길 ...

    • Danger

      숲속의 무법자 청솔모이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이리저리 뛰며 임산물을 갉아먹는 청솔모이다 다람쥐는 토종이고 임산물 피해가 크지 않은데 비해 요녀석은 외래종인가 본데 호두 잣 밤 등 닥치는 대로 피해를 줘서 아주 골치가 아픈단다 원래 청솔모는 나무에 나는 것들을 먹는다 그런데 이녀석은 나무를 탈 생각은 하지도 않고 매점 근처에 살면서 매점의 쓰레기를 먹고 산다 매점에서 나온 아이스크림통을 핥고 있다 짜아식 단거는 알아가지고 너 ...

    • 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그래도 이름표가 무송정섬이라고 되어 있으니 섬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조금 그렇다 동해안 북단 대진항 위 금강산콘도에서 바라보이는 곳에 있는 섬 아닌 섬이다 동해라서 조수간만의 차이도 극히 작기 때문에 바닷물이 차서 그럴듯한 섬이 되는 경우도 없다 늘 저 정도로 섬도 아니고 섬 아닌 것도 아닌 그야말로 <섬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이다 이 < **라고 하기엔 조금> 이라는 어투는 ...

    • 비는 허공 중에서 소리가 없다

      차이코프스키 비창 4악장 비 오는 날의 넋두리 ᄇ 비가 온다 오는 비는 오더라도 한닷 새만 왔으면 하던 사람이 있었지 가야만 하는 커다란 틀을 따라 가고 있는 비 저도 제가 가고 싶어 가겠냐만은 떠나왔던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 거 ᄆ 물 그 돌고 도는 숙명의 자연 섭리 앞에서 물은 아무런 몸짓 하나 없었다 햇볕에 때론 바람에 늘 그렇게 흐름에 따라 몸을 바꾸고 이름을 바꾸고 때로는 흔적도 사라졌다...

    • 시원한 풍경

      사진클릭 동해 추암

    • 오징어 말리기

      정말 그러고 싶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내 더러운 몸속의 더 더러운 이 욕망을 끝없이 샘솟는 이 더러운 욕망을 시퍼런 식칼로 쩌억 배를 가르고 오장육부 다 긁어내고 시퍼런 바닷물로 벅벅 다 씼어내고 뽀얀 살가죽 앙상한 뼈다귀만 저 오징어처럼 처억 빨랫줄에 걸어서 해풍에 한 석달만 말려 빠닥빠닥 미이라가 되고 싶다

    • 다리

      아 그리운 정경이여 다시는 그리로 돌아가지 못할 젊음이여 한때 나에게도 저런 때가 있었다는 것을 맨날 망각하면서도 또 그리워했네 건너가기 위해 한번은 지나가야 하는 다리 그 다리 위에서 물에 비친 제 그림자를 보고 그것이 나의 영원하고 참된 모습인 줄로 여태 그리워했네 다시는 건너지 못할 다리 그 다리 아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개울물 다시는 보지 못할 그림자 그 그림자 속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내 청춘 십년 뒤면 또 ...

    • 영화 길 la strada 주제곡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Robert Frost)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게지요. ...

    • 상처를 안고 산다는 것은 위대하다

      케니지 – 사랑보다 깊은 상처 요즘 갑자기 강북의 학원가로 불리는 중계동 은행사거리 거기 뒷골목에 손 크기로 이름난 <돼지네>라는 술집이 있다 거기서 서비스안주로 주는 조개탕을 먹다가 이렇게 생긴 조개를 보았다 상처로 보아 분명 적어도 몇달 전에 불가사리에게 입은 상처이다 불가사리는 조개류의 저 단단한 껍데기를 이빨로 갈아 구멍을 뚫고 속을 유유히 파먹는 바다의 무법자이다 불가사리에게 한번 잡히면 끝장인데 운 ...

    • 꽃과 똥

      옹기종기 아주 깔끔하면서도 도란도란 재미있게 꾸민 작은 정원이다 그러나 이 꽃들이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 꽃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땅에 있는 꽃들이 아니다 화장실 –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뒷간의 지붕에 만든 꽃밭이다 아름답게 느꼈던 사람들도 화장실 지붕이라면 인상을 찌푸릴 것이다 뒷간이 어때서…… 가장 필요로 하고 소중한 곳이면서도 푸대접을 받는 곳이 뒷간이다 그래서 말...

    • 낚시

      사진클릭 울산 울기등대 앞 미늘 없는 바늘 꿰고 세월이나 낚아봤으면 바람이나 낚아봤으면 밑밥 대신 실성한 사람처럼 미소나 흘리고 혹시 잘못해서 걸려드는 놈은 도로 놓아주고 한 삼년 망부석처럼 갯가에 주저얹아 게걸스러운 욕망이 다 표백되고 해어지고 살이 발라지도록 바람이나 낚아봤으면 세월이나 낚아봤으면 미늘 없는 바늘 꿰고

    • 시원한 풍경

      삼척 갈남리

    • 연꽃 60 장

      연꽃 김종태 비오는 2천년 8월31일 비보다 더 축축한 마음으로 양수리에 갔네 솥뚜껑만한 연잎 사이사이로 젊고 늙은 연꽃들이 지천이었어 이제 막 피어나는 열여덟 처녀 눈웃음도 있었고 스물 아홉 벙그는 처녀 젖가슴도 있었고 서른 아홉 흐드러진 몸매도 있었어 진흙에서 솟아오르는 오묘한 이유와 흴 수도 붉을 수도 없는 현실과 탐스럽지만 연약한 꽃을 보다가 아 문득 물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보았지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어 늙은 ...

    • 고추와 말뚝

      고추는 열대지방 원산지의 재배작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전후로 들어왔다 원래 더운 나라에서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가 된다 서리 내리면 얼어죽기 때문에 늦가을엔 고추잎이나 이삭고추를 따느라 바쁘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고추를 기른 적이 있는데 3-4년까지 키워봤는데 굵기가 어른 손목만하고 키가 일미터는 되며 고추가 많이 열렸다 고추는 모종을 사다가 심는다 보통 4월이 되면 한뼘도 안되는 고추모를 사서 심는다 ...

    • 나비야 노올자

      부전나비들의 예쁜 모습 요 녀석들과 술래잡기를 하면 한나절이 훌쩍 간다 부전나비는 엄지손톱만하게 작고 날개 위와 아래 색깔과 무늬가 다르다 부전나비에는 이십여 종이 있다

    • 명아주

      명아주 김종태 젊음은 후드득 가난만 쨍쨍 꼬부라진 할머니 명아주를 뜯는다 할머니 뭐하실려구요? 손주가 반찬투정을 해 나물 무쳐 줄려구 소나기 후드득 뙤약볕 쨍쨍 쪼그라진 할머니 명아주를 뽑는다 할머니 뭐하실려구요? 아들이 천식이 쇠었어 말려서 달여 줄려구 갈바람 후드득 풀벌레 쨍쨍 모자라진 할머니 명아주를 찾는다 할머니 뭐하실려구요? 영감이 너무 늙었어 지팡이 만들어 줄려구 명아주 씨앗은 흙 속에서 천...

    • 새 이야기

      어느 새의 사랑이야기 나는 잘생긴 멋쟁이였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니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다는게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좋은 짝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를 봐도 내 짝은 없습니다 저기를 봐도 없습니다 그때 저 멀리 아리따운 짝이 보였습니다 나는 단숨에 날라갔습니다 정말 그 짝은 아름다웠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짝이었습니다 우리는 온몸과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한동안 세월이 흐르고&#...

    • 술패랭이꽃

      술패랭이꽃 김종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갈래갈래 천만 갈래 갈갈이 찢겼나 얼마나 반가운 님이 오시길래 하늘하늘 하늘 향해 꽃술을 흔드나 골백번 생각해도 아무래도 모르겠소 사랑한단 말 대답에 생끗 웃은 죄밖에 아니 올 줄 알면서도 기다리는 내가 미워 가락가락 스민 정을 풀어 헤쳐 셉니다 술패랭이꽃 Dianthus superbus var. longicalycinus (MAX) WILLAMS 하천가 둑 초원에서 자라는 석죽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