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 같이 살아야 하는 이유
길 가다가 가끔 보는 장면이다
도저히 식물이 살만한 곳이 못되는 곳에
버젓이 식물이 자라고 있다

중앙분리대 – 세멘콩크리트로 만들었다
저기 저렇게 늠름하게 자라고 있는 씀바귀
경탄 그 자체이다
영양분이 어디 있을까
수분은 어디 있을까?

경탄이 궁금으로 탈바꿈을 한다
쟤는 왜 저기에서 자랄까?
허구 많은 좋은 땅 놔두고
왜 하필 아무 것도 없는 세멘트 속에서 자랄까

이유는 단 하나
씀바귀씨도 어쩔 수 없이 도리없이
지금 그 자리에 씨가 박힌 것이다
척박한 조건이라고 씀바귀씨가 옮겨갈 수가 없다

지금 바로 거기에서
거기에서 죽을둥 살둥 온 목숨을 다해서 뿌리 내리고 산 것이다
결코 자신을 세멘트 틈바구니에 던진 바람을 원망하지 않았다
목마르면 참고 배고프면 이 악물고
기다리고 참고 이겨내며 꽃을 피운 것이다
씀바귀의 생애는 위대했다
드디어 하나의 생명체가 해야 할 도리를 다한 것이다

나 지금 여기 이 자리
바람 앞의 씀바귀처럼 어쩔 수없이 던져진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운명이고 삶이다
저 씀바귀도 세멘트 틈에서 꽃을 피우는데
나야말로 씀바귀에 비하면 얼마나 좋은 조건이랴

가자 가자 힘내서 가자
인간인 내가 씀바귀보다 못할 수야 없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