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민산업에서 근로자가 폐비닐로 재생 PE 칩을 생산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동민산업에서 근로자가 폐비닐로 재생 PE 칩을 생산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경북의 사회적경제기업 중 자립에 성공해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버려지던 폐자원을 재활용해 관련 분야 매출 전국 2위 기업(사회적경제기업 기준)으로 성장하는가 하면 장애인을 고용해 종이컵과 새싹 채소 분야에서 전국 최고를 다투는 곳도 나오고 있다.

경상북도와 사회적기업 중간지원조직인 지역과소셜비즈는 2022년 말 경북의 사회적기업은 397개로 종사자는 4004명, 재정자립도(총수입 중 영업활동 비중)는 9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여성 최고경영자(CEO) 비중이 38%, 여성 종사자는 58%에 달해 여성의 활동도 활발했다. 또 청년 CEO 비중은 18%, 청년 종사자 비중은 42%에 달했다.

'공익·고성장' 둘 다 잡은 경북 사회적기업
칠곡군에 있는 비전은 고철과 비철금속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위주인 철스크랩 시장 거래를 블로그 등 온라인에서도 할 수 있게 열어주는 방식으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권문연 대표는 “우리 회사를 통해 창업하거나 이 분야에 종사 중인 청년이 20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업계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수출에 도전해 수출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2012년 창업해 9년 만인 2021년 흑자로 전환했고, 현재 연간 매출 700억원대로 사회적기업 중 전국 2위다.

영천시에서 2013년 동민산업을 창업한 강원철 대표도 재활용 분야 국내 대표 기업가로 성장했다. 동민산업은 사료작물이나 목초를 저장하고 발효하는 농가의 곤포사일리지를 재활용해 재생 폴리에틸렌(PE) 칩을 생산하고 있다. ‘들판의 마시멜로’로 불리는 곤포사일리지 포장재는 이전에는 연성과 접착력이 강해 분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량 폐기됐다. 강 대표는 자동차 플라스틱 사출 회사에서 10년간 근무한 경험을 살려 기술 개발에 나서 특허와 공정 기술 9건을 개발했다. 창업 첫해 3000만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50억원을 넘어섰다.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가 시작되고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하면서 대기업의 협력 제안이 부쩍 늘어난 덕분이다.

강 대표는 “LG SK로 시작된 대기업과의 거래는 이제 화학 분야 전 대기업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생산을 본격화했다.

칠곡군에 있는 종이컵 제조회사 제일산업(대표 정하일)은 전체 근로자 26명 중에 중증장애인이 18명에 이른다. 연간 5억 개의 종이컵을 생산하는데 불량률이 ‘0’에 가깝다. 전국 3위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안동의 유은복지재단 나눔공동체는 새싹 채소 분야 전국 1위 기업이다. 직원 52명 가운데 30여 명이 중증장애인이다.

이달희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경북의 친환경 미래산업에서 고용을 늘리며 따뜻한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며 “이들의 성장을 위해 10-10클럽(매출 10억원, 고용 10명 이상) 육성, 사회적경제기업 세계화 사업 등 경북만의 육성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