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도와준 이유' 감사 결과 드러나…상담교사 부재·위기 사실 미통보
유가족 측 "학교 부실 대응 알고 있었다…진정한 사과 여태 없어"
학생 극단 선택한 강원 A고교, 위기 예방·대응 '총체적 부실'
지난 7월 강원 양구 A고등학교에서 재학생이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는 쪽지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해당 학교의 위기 예방·대응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교육청은 1일 A고교 사안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학교의 위기관리 대응 전반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지적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측은 전문상담교사 정원을 배정받았으나 올해 초 퇴직시키고 교과 교사에게 상담 역할을 맡겼다.

상담교사의 부재는 위기 학생 1차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Wee클래스 기능의 상실로 이어졌고 숨진 B군은 학교로부터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없었다.

사고 2주 전 B군이 자해했다는 이야기를 담임교사 등 교사 2명이 들었음에도 이들은 관찰 및 상담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모 또는 학교에 통보하거나 위기관리위원회 개최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 극단 선택한 강원 A고교, 위기 예방·대응 '총체적 부실'
이 밖에도 해당 학교는 학생선도위원회를 통해 흡연 적발 학생에게 불시 소변검사를 하도록 결정하거나, 휴대전화 소지 학생의 목에 피켓을 걸고 학생들 앞에 서 있게 하는 등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숙사 운영, 학생 일과 운영, 교원 채용 부적정, 학교운영위원회 추천 위반 등 위기 학생 대응뿐 아니라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다수의 문제점이 산재한 것으로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이에 대해 숨진 B군의 어머니는 "학교의 부실한 대응은 청와대 청원에도 쓴 것처럼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학교 측에서는 여태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사과를 받고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을 볼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A교교 학교장에게 '중징계', 교사 2명에게 '경징계' 처분할 것을 학교 법인에 요구했다.

또 교감과 기숙사 부장은 경고 처분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의 징계 여부는 법인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

한편 B군 사망과 관련해 양구교육지원청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진행하고 있다.

유가족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남긴 국민청원에는 35만7천759명이 참여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학생 극단 선택한 강원 A고교, 위기 예방·대응 '총체적 부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