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범위 소득 하위 80%로 정하면 170억원 부족할 듯

기초연금법 처리가 지연되는 가운데 재정난을 겪는 서울시가 이와 관련해 올해 최저수준의 예산을 편성한 탓에 수혜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지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서울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기초연금 사업이 시작될 걸 전제로 시는 1조 38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 가운데 시비와 구비 부담을 31%인 3천207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65세 이상 시민 중 소득 하위 70%인 59만8천명에 10만∼20만원을 차등지원한다는 가정하에 '최소한'으로 짠 것이다.

중앙 정부와 새누리당 입장의 애초 입장을 반영한 계산이다.

그러나 여야 간에 아직 견해차가 있고, 수혜범위가 소득 하위 70∼80%선에서 정해질 수 있다.

애초 민주당은 소득 하위 80%에 20만원씩 일괄 지급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정부가 '소득 하위 75%까지'로 중재안을 제시함에 따라 내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수혜 범위가 소득 하위 80%까지 확대된다면 기초연금 사업 첫해부터 지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0%인 64만명에 20만원씩 일괄 지급하면 모두 1조 940억원이 소요돼 전년 예산보다 4천847억원이 증가한다.

시·구비 부담은 3천380억원으로 이미 편성한 예산보다 170억원 늘어나지만, 시와 구로선 이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소득 하위 75%까지로 합의해도 서울시와 구가 편성한 예산보다 100억 원가량 더 들 것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내년은 더 문제다.

올해는 7월부터 6개월치 예산만 반영하면 됐지만, 내년부터는 1월부터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소득 하위 80%에 20만원을 일괄 지급한다면 2015년에 모두 1조 5천791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119만6천명에서 내년 125만6천명으로, 2020년엔 155만6천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와 각 구청의 재정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구체적으로 올해 기초연금사업 구비 부담분을 100% 확보한 곳은 서울시내 25곳 가운데 강동·노원·동대문·송파·종로·중구 등 6곳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나머지 19곳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확정됐다"며 "소득 하위 75∼80%까지 지급으로 확대되면 시도 사업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마당에 자치구들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무상보육 예산 부족으로 아이가 많은 구청부터 보육료 지급 중단 위기를 겪었던 것처럼 기초연금도 시행 첫해부터 고령자가 많은 구청부터 연금 지급 중단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시 관계자는 "지난해 무상보육 예산 문제에 집중하느라 기초연금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못 썼다"며 "재정난은 서울에 국한된 게 아니므로 합의가 끝나는 대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지방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공동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기초연금법 처리가 불발된 가운데 정부는 오는 10일까지를 합의 시한으로 재설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