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불안…`휴업 효과' 공방만
세계 연구 결과도 제각각…학교는 혼란


신종플루가 전국 학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염 예방을 위해 학교 문을 닫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와 어떤 기준에 따라 학교 휴업을 결정하도록 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27일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4개 부처 명의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학교 휴업에 관해서는 학교장 재량에 의해 판단하도록 하되, 일제 휴교령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학교 크기도 다 다르고 환경도 다르므로 환자 몇 명이 나오면 휴업을 한다는 식의 기준은 없으며, 휴업을 결정하는 것 역시 학교 재량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과부는 무분별한 휴업을 막기 위해 각급 학교에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학생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등교 중지 조치하고 휴업은 가능하면 하지 말라는 `자제령'을 내린 바 있다.

언론 등에서는 `휴교'와 `휴업'이라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으나 교과부는 `휴교'의 경우 강제로 학교 문을 닫게 하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점에서 `휴업'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면서 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하고, 특히 최근에는 어린이 환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등 학생 감염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자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휴업 조치를 고려하거나, 적어도 명확한 기준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 각 학교에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가 불안한 학부모들이 `왜 휴업을 하지 않느냐'며 문의하는 전화도 빗발치는 상황이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김모씨는 "수능이 코 앞인데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안전한 것인지 우려스럽다.

차라리 학교가 휴업을 해 집에서라도 걱정 없이 수능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휴업을 자제하라는 정부와 휴업을 요구하는 학부모, 불안해하는 학생들 사이에 끼어 `휴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혼란을 겪는 셈.
교과부는 학교 현장의 이러한 고충과 우려를 감안해 학교당 몇%의 학생이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때 휴업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했으나 부처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염병 발생시 학교가 휴업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보건ㆍ의료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홍콩, 프랑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과거 심각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휴교 조치를 내렸지만 아무런 예방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세계보건기구는 신종플루 확산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임시 휴교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우리나라가 이미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접어들어 학교 문을 닫는다 해도 다른 장소에서 얼마든 감염에 노출될 수 있고, 휴업으로 학생들의 학습권만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아직은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교과부 장기원 기획조정실장은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교과부 입장에서 학교의 우려,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부처 간 이견이 많아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휴업 기준과 관련해서는 교과부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인지 부처 간 계속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