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협력업체 "이러단 20만명 다 죽는다"
5일 경기 평택시 종합운동장.'쌍용차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를 연 쌍용차 1,2차 협력사 및 영업소,서비스 대리점,부품대리점 소속 직원 4000여 명의 표정은 비장했다. 이들은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으면 다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쌍용차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지 16일째를 맞은 이날 노사정협의회도 비공개로 열렸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이 20만명 생계 위협"

쌍용차 부품협력사 모임인 협동회 최병훈 사무총장은 "이달 중순까지 파업이 계속되면 1차 협력업체 20여 곳의 부도가 불가피하다"며 "800여 명의 노조원이 아니라 지역경제 20만명의 생계가 더 중요한 게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20년간 쌍용차 납품업체에서 근무했다는 S씨는 "공권력이 투입되면 지금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이 도장공장 일부를 훼손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덧붙였다.

이낙훈 쌍용차 동수원영업소장은 "영업사원 1만여 명의 어려움이 쌍용차 파업에 완전히 묻혀 있다"며 "차가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지역 영업소장인 H씨는 "지금 계약차량이 40~50대에 달하지만 출고가 안돼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간다"며 "회사가 파산하면 모두 실업자가 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견만 확인한 노사정 만남

쌍용차 평택공장에서는 이날 노조의 옥쇄파업 후 처음으로 노사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박영태 공동관리인과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송명호 평택시장,김봉한 경인지방노동청 평택지청장,민주당 추미애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노사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정리해고 및 총파업 중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쌍용차 노조의 총파업 후 평택공장 주변 상권도 무너지고 있다. 세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파업 후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평소 새벽 1시까지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저녁 9시면 닫는다"고 했다. 인근 슈퍼마켓 주인은 "회사가 살아야 직원들도 사는 것 아니냐"며 "이곳에서도 파업에 동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차 수출 차질도 심각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쌍용차의 수출 차질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 등 해외 딜러들로부터 2200대가량의 주문을 받아 신용장(LC)까지 개설했지만 600대밖에 선적하지 못했다. 이달 주문량까지 합하면 총 4000대가량의 수출물량이 밀려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상진 기획담당 상무는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외국 딜러들을 설득해 간신히 수출 길을 열어놨는데 차량이 없어 선적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이상열/조재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