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등을 사칭하거나 자녀를 납치했다는 전화를 걸어 돈을 가로채는 속칭 `보이스 피싱'(전화금융 사기)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보이스 피싱은 대표적인 생계 침해형 범죄로, 주로 서민 계층인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 경찰은 다음달까지 기획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26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21일 광주에 사는 이모(57.여) 씨가 "여대생인 딸을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는 전화금융 사기를 당해 3천200만원을 범인에게 계좌이체로 송금했다.

송금된 돈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하루 만에 여러 차례에 걸쳐 출금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경찰은 중국인 불법 체류자로 추정되는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형사들을 수도권에 보냈다.

앞서 16일에는 은행 직원을 사칭하는 전화금융 사기 전화가 임모(56.여) 씨에게 걸려왔고 임씨는 "은행이 발급해 준 카드에 보안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속아 적금까지 해지한 돈 5천600만원을 송금했으며, 이 돈 역시 서울과 인천에서 분산 인출됐다.

경찰은 임 씨의 신고를 받고 추적에 나서 22일 서울의 한 은행에서 돈을 찾아 나오는 전화금융 사기조직원 중국인 한모(48) 씨를 붙잡아 구속하고, 한 씨에게 범행에 사용된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 임모(29)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 밖에 이달 초 우체국 직원을 사칭하면서 `카드 발급'으로 유인해 1천500만원을, 은행 직원을 사칭해 `개인정보 유출'을 미끼로 약 300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채는 전화금융 사기 피해가 광주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대포통장 여러 개를 만들어 송금받은 돈을 여러 계좌로 나누고 장소를 바꿔가며 인출해 수사망을 피한다"며 "경찰청 차원에서 전국 경찰서에 검거 전담반을 만들어 집중 수사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