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52 · 여)는 만성 B형 간염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간경화를 거쳐 말기 간암에 이르렀다. 2~4일에 한 번 2000~3000㏄의 복수를 뽑아내야 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돼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지난해 1월 딸의 간을 기증받아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간수치와 혈소판 수치가 정상화돼 이제 보통사람처럼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구로병원 간센터는 매달 3000여명의 중증 간질환 환자가 서울의 서남부와 경기 충청 호남의 서부지역으로부터 몰려드는 간 치료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병원장 겸 간센터 소장인 변관수 소화기내과 교수가 연종은 김지훈 교수와 함께 간 내과를 이끌고 있다.

이들 내과팀은 1990년대 초반 먹는 간염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변종 바이러스의 발생 추이를 집중 연구,현재 보편화된 약물치료의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해 인정받았다.

요즘 위험성이 부각되는 급성 A형 간염에 대한 역학 연구도 이 시기에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 전격성 간염 치료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또 바이엘의 간암치료제인 넥사바를 비롯,상시적으로 첨단 간암치료제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행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만성 간염환자의 혈액샘플을 국내서 가장 많이 보유해 간염 바이러스의 변종 및 유전자 분석을 통한 간질환 정복 연구도 활발하다.

최상용 간담췌외과 교수는 연간 10여건의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는 이 분야의 대가다. 이와 함께 이식혈관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 등이 체계적인 협진을 통해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하고 있다. 예컨대 초기 · 중기 간암의 경우 고주파열치료(RFA)를 하되 전극을 꼽기 어려운 부위에는 경동맥화학색전요법(TACE)으로 보완하는 등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환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것은 원스톱 진료다. 아침 일찍 병원을 찾으면 오전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마치고 오후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간경화의 무서운 합병증인 정맥류출혈을 내시경 등으로 치료한 경우엔 중환자와 대등하게 24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사후관리가 세심하다는 호평도 듣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