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무부 변호사협회 등 법조 3륜은 법치주의가 선진국 도약의 조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법률 교육을 재정비하고 엘리트 법조인 양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또한 유교문화적 전통과 더불어 국회의원 판사 등에 대한 불신이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국내 법조계 인사가 한자리에 모인 '한국법률가대회'가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강국 헌법재판소장,김경한 법무부 장관,이진강 대한변호사협회장,임채진 검찰총장과 법률가 8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대회의 대주제는 '선진국 조건으로서 법치주의'.법치주의가 실현되지 않고서는 선진국 문턱에 도달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기조연설에서 "지금 우리사회에는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다중의 위력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고 관철시키고자 하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풍조가 만연돼 있다"며 "법치주의가 후퇴하게 되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포지엄에서 박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경제발전을 위한 법치주의'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법치주의와 경제발전은 정비례 관계"라고 주장했다. 박 판사는 또 "법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중요 산업부문의 폭력적 파업이 초기단계에서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의 법치주의를 계량화해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다니엘 카우프만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부유한 국가의 법치주의 수치가 높고 가난한 국가의 법치주의는 낮다"고 소개했다.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국민대 명예교수)은 '한국의 법치주의 왜 어려운가'라는 주제발표에서 △유교문화적 전통 △법 운영과 관련된 역사ㆍ사회적 경험의 부족 △법 제정ㆍ집행 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이념과 참여민주주의 △교육과 언론 등을 법치주의의 저해요인으로 꼽았다.

오랜 세월동안 실정법보다는 윤리로 통치를 해왔으며 이후 일제 강점기,군사정권 등을 거친 우리나라의 유교적 특수성이 법질서 발달의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유신헌법,전관예우 등 국민의 법 운영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다"며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잠재적 불신감은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회 참석자들은 법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법률 교육의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전 장관은 "현재 우리나라의 법교육은 준법 교육에만 치우쳐 있어 법지식의 전달에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도 "법의 내용을 가르칠 게 아니라 '법적으로 생각하는 방법(how to think)'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법원에 대한 투자 확대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광수 변호사는 "하급심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하급심 재판에 사법연수원 기수가 빠르고 역량이 뛰어난 판사를 배치할 것을 주문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김정환/최창규 인턴(한국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