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ASA
사진=NASA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링컨 애비뉴. 어두운 적색 계열의 건물과 공장이 즐비해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곳이다.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락 후 도시 공동화)의 상징과도 같은 이곳엔 도시 분위기와 정반대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우주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테크 기업 아스트로보틱이다.

이 기업은 세계 최고 이공대 중 하나로 피츠버그가 자랑하는 카네기멜론대가 배출했다. NASA의 상업용 달 탑재체 운송 서비스(CLPS·클립스) 1호 기업으로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민간 달 탐사선 ‘페레그린’을 쏘아올렸다. 한국경제신문은 2월 22일 아스트로보틱 피츠버그 본사를 방문했다. 이날은 역시 CLPS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가 세계 두 번째 민간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를 발사한 날이다.

아스트로보틱이 인튜이티브머신스에 앞서 1월 발사한 페레그린은 연료 누출 문제로 실패했다. 이번 시행착오를 토대로 내년에 더 큰 임무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NASA의 로버 바이퍼(이동 가능한 탐사 로봇)를 싣고 달에 착륙하는 미션이다. 페레그린보다 네 배 더 큰 탐사선 ‘그리핀’에 바이퍼를 싣고 우주로 떠난다.
아스트로보틱 직원이 실험실에서 로버를 연구하고 있다(맨 왼쪽).   피츠버그=이해성 기자
이미지 생성AI ‘미드저니’에 ‘달 탐사하는 인류’를 그려달라는 내용의 프롬프트를 입력해 만든 이미지. 미드저니
아스트로보틱 직원이 실험실에서 로버를 연구하고 있다(맨 왼쪽). 피츠버그=이해성 기자 이미지 생성AI ‘미드저니’에 ‘달 탐사하는 인류’를 그려달라는 내용의 프롬프트를 입력해 만든 이미지. 미드저니
아스트로보틱 본사에 들어가면 바로 마주치는 곳이 그리핀 개발에 한창인 연구실이다. 누구나 볼 수 있게 개방했다. 그리핀 본체는 알로이 알루미늄 합금으로 이뤄져 있다. 700파운드힘(lbf)을 갖는 5개 메인 엔진, 그리고 자세제어시스템(ACS)과 연동된 12개 보조 엔진으로 달까지 날아가 목표 지점에 착지한다. 하이드라진(질소와 수소 화합물) 계열 연료와 산화제를 쓴다.

유도항법제어(GNC) 시스템은 페레그린과 동일하다. GNC는 우주선의 운행과 착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련의 센서에서 데이터를 받아 위치와 자세, 속도 등을 지구 관제센터와 함께 실시간 보정한다. 우주 공간의 등대 역할을 하는 별 추적기, 태양 센서와 관성측정장치 등이 GNC를 구성한다. 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가 태양 쪽으로 잘 향하도록 조정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페레그린은 1월 우주 항해 과정에서 갑자기 밸브가 열리면서 연료가 누출돼 결국 궤도를 이탈했다.
NASA가 콕 찍은 기업…"달 속 옹달샘 찾을 로봇 보내겠다"
실험실 한쪽에선 그리핀에 장착할 센서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달에 착륙할 때 아래 지형에 크레이터 등이 어디 있는지 파악해 안전한 착륙을 돕는 센서다. 달 주변 공간을 모두 좌표로 변환해 핀포인트 랜딩이 가능하게 센서를 개발하고 있었다. 아스트로보틱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 텍사스에 있는 NASA 존슨스페이스센터와 함께 착륙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술(OPAL)을 개발 중이다. 전력 시스템은 페레그린보다 강화했다. 모든 시스템과 탑재체에 직류 28V를 공급할 수 있는 우주 전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이와 함께 심우주 미션에서 성능이 검증된 갈륨·인듐·인, 갈륨비소, 게르마늄을 접합한 태양광 패널을 썼다.

다른 쪽에선 월면토에 가깝게 만든 모사토를 깔고 로버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달과 물리, 화학적으로 같은 환경에서 로버 운행 능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실 주변엔 탁 트인 사무실이 넓게 펼쳐져 있다. 탐사선 궤도, GNC 등과 관련된 수학식을 보드에 빼곡하게 적어 놓고 연구에 몰두하는 직원이 많았다. 보드엔 그리핀, 바이퍼와 연관된 도면이 으레 있었다. 자유로운 복장을 한 채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기술 이슈 토론에 열중하는 직원들도 보였다. 전형적인 미국 테크기업의 풍경이다.

물과 자원 등을 찾는 바이퍼 미션 이후 아스트로보틱이 NASA와 함께 그리는 야심 찬 그림이 있다. 달에서 송전 가능성을 검증하는 ‘루나 그리드’ 프로젝트다. 가로·세로·높이가 6U(1U=10㎝)인 큐브 로버에 태양광 패널을 탑재하고 모선(착륙선)에서 1㎞ 떨어진 곳까지 내보낸 뒤 유선으로 1㎾의 전력을 보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달에 유인 기지를 건설하려면 송전망이 필수다. 루나 그리드가 성공하면 20m 높이의 수직 태양광 건물을 세워 발전소를 짓는 후속 프로젝트 ‘VSAT’이 시작된다. 아스트로보틱 관계자는 “루나 그리드는 달에 송전망을 건설하는 원대한 계획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피츠버그=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