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중순께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경찰의 정기 승진시험을 앞두고 시험에 응시하려는 경찰관들이 주경야독의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부터 2005년까지 경사급 파출소장 306명을 경위급으로, 경위급 순찰지구대장 887명을 경감급으로, 지방청 경정 과장 17명을 총경급으로 각각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인력구조 개선방안을 확정한 터라 어느때 보다 승진에 대한 열망이 드높다. 이에 따라 시험을 통한 승진 대상자가 매년 경정급 2명, 경감급 4-5명 등에 불과해 승진 시험 합격이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던 대구지역 또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승진 시험을 위한 공부 열기로 뒤덮일 전망이다. 내근 부서에서 일한다는 40대 초반의 한 경위급 간부는 "점심 시간을 쪼개 수험서를 보고 퇴근 후에는 곧장 사설 독서실로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사실상 승진을 포기했었지만 상황이 변한 만큼 이번 기회를 잘 살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응시 준비생 대부분은 이처럼 점심 시간이나 퇴근 후에 수험서와 씨름을 하지만 서울의 유명 학원이 제공하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는 경우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보직에 따라 수험 준비가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어 형사계나 방범순찰대 등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짬을 내서 공부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위 8년차라는 30대 중반의 한 형사반장은 "사건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출동해야 하고 당직 근무도 만만치 않아 책 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면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긴 한데 잘 되지 않아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방범순찰대에서 근무하는 한 간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녀야 하는 마당에 책 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며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경사나 경위로 승진한 지 십 수년이 되는 베테랑 형사나 형사반장, 일선 파출소장 등은 '승진 시험에 도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쳐댄다. 경위 승진 13년이 다 됐다는 50대의 한 형사반장은 "심사 승진이면 또 모를까 이 나이에 무슨 승진 시험 공부냐"며 "사명감 있는 젊은 사람들이 더 높은 직급으로 승진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관련 학원 관계자는 "승진의 문이 넓어지는 만큼 응시생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2-3년간 수험서를 벗삼아 주경야독하는 경찰관들이 적잖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