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근로자 양봉수씨(29)의 분신사건으로 인해 16일 4개공장 생산라인의
작업이 중단되는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준비위원회(민노준)등 재야노동단체들이 이번 사태를
전국사업장의 올해 임금투쟁에 불을 댕길 호기로 삼으며 조직적
대응태세를 갖추는등 노동계 전체로 파급효과가 번져나가고 있다.

이번사태는 지난12일 이회사 해고자 양씨등 4인이 정문앞광장에서
개최예정이던 노동조합행사에 참석키위해 정문을 통과하려다 경비원의
저지를 받자 양씨가 이에 대항해 분신자살을 기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번사태가 일어나자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상범(2대),이헌구
(3대),윤성근(4대)씨등이 주축이돼 "양봉수분신대책위"을 구성,13일
현총련과 연대해 규탄집회를 개최한데 이어 작업거부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대책위는 <>해고자복직 <>노조활동보장 <>노조집행부의 규약준수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중단 <>적정노동강도 유지 <>부당노동행위 최고
책임자 즉각 처벌등 6개항을 요구하며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1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사태와 관련,현총련 조선노협등도 연대투쟁을 벌일 방침인데다
민노준도 16일 현대그룹 계동사옥을 항의방문한데 이어 17일 대책위투쟁
지지방문단을 조직,급파할 예정이다.

민노준관계자는 이와관련,"현대자동차사태는 솔직히 올해 민노준
노동운동에 상당한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책위와 공동투쟁을 벌이는등 적극 개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위와 재야노동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그동안 온건노선을 걸어온 이영복 현노조위원장에 대한 반감의 표출로
오는8월 있을 위원장선거에서 강경성향의 위원장을 선출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총련이나 민노준은 지금까지 국내노사분규를 주도하며 노동운동을
좌지우지해온 현대자동차노조가 지난93년9월 실리위주를 표방하는
이위원장이 당선된 이후 노동운동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온게 사실이다.

현대자동차노조의 변화로 울산지역은 물론 전국사업장에서의 강경일변도의
정치투쟁은 눈에 띄게 사라졌고 화합과 협력을 통한 새로운 노사관계가
지배하게 되자 정치조합주의 중심의 재야노동단체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노준이나 현총련등은 이번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있을
현대자동차노조위원장 선거때 강성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사회개혁투쟁
등에 끌어들여 산업현장의 분위기를 대립과 투쟁중심으로 돌려놓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수있다.

민간사업장으로선 국내최대 노조조직인 "노동계의 공용" 현대자동차노조가
예전과 같이 재야노동단체와 연계해 투쟁중심의 노동운동을 펼칠 경우
노동계의 판도는 또다시 정치조합주의로 선회될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전문가들은 양씨가 분신자살한 동기도 이같은 맥락에서 보고있다.

양씨가 신나를 미리 몸에 끼얹고 현장에 나간 점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노동부관계자는 이와관련,"양씨의 분신자살기도는 상급노동단체의
사주등에 의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는 최근 생산적 노사관계를
견지해온 현대자동차노조의 노동운동흐름을 뒤바꾸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