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주택산업 중심의 건설업를 넘어 다양한 환경 사업을 펼치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미래 고부가가치인 환경 분야에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기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업적으로 연관 있는 다른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볼트온(Bolt-on) 전략의 일환이다. 그 결과 하수 처리, 사업장 폐기물 소각, 의료폐기물 처리 등 각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SK에코플랜트, 폐기물 매립·소각 넘어 리사이클링까지…친환경 '순환경제' 박차

○잠재력 있는 환경기업 베팅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6곳, 올해 2곳의 환경기업을 인수했다. 환경기업 인수에 들어간 투자금액만 2조8000억원이 넘는다. 이들 기업에 SK의 경영능력과 시너지를 내 디지털 전환, 생산성 향상, 운영 효율화 등을 도모하고 있다. 그 결과 단순히 쓰레기 처리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환경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SK에코플랜트의 청사진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전문기업 테스를 인수한 것은 SK에코플랜트의 공격적인 투자 중 하나로 꼽힌다. 수명이 다한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저장장치 등 폐IT(정보기술)기기, 폐배터리, 폐가전, 폐태양광 부품 등을 활용하는 사업이다. 지적재산권 보호, 정보 보안, 물류 규제 준수 등의 이슈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 사업장을 보유하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테스는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수거·운반, 정보폐기, 재활용·재사용 등 모든 사업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다.

테스 인수는 소각·매립 등 폐기물 관리 위주이던 환경사업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폐기물 제로화를 추구하는 리사이클링으로 사업을 확장,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AI(인공지능) 동원해 폐기물 소각량·오염물질 줄여

폐기물은 수거된 후 선별-수집-운반-재활용-소각·매립 과정을 거친다. 소각은 재활용 다음 절차인데 태우는 폐기물의 성질이 비슷할 때 효과적인 소각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산화탄소와 소각재가 많이 나오고, 매립지에 묻어야 하는 폐기물 양도 늘어난다. 한정된 영토에서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 수거와 선별이 필수적인 이유다.

SK에코플랜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T) 솔루션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IT나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서나 쓰던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이 분야에 도입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AWS를 바탕으로 폐기물 소각로 운영 효율을 높이고 소각재와 유해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친환경 소각로 AI 솔루션’을 만들어냈다. 폐쇄회로(CCTV)나 센서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폐기물 종류를 파악하고 언제 넣으면 더 잘 탈지 AI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최적의 소각로 운영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등 유해 배출 가스도 줄어들 전망이다. 소각장의 진동·전류를 감지해 사전에 설비 장애를 예측함으로써 효과적인 정비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발생부터 최종 처리 과정까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폐기물 관리 디지털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폐기물 배출자, 수집운반자, 처리자 등이 IT기기로 쉽게 폐기물 데이터를 입력하고 배출 저감량, 재사용량, 재활용률 등 핵심 지표를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기존 건설 및 에너지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소각장 굴뚝에 모이는 비산재, 소각 후 바닥에 떨어지는 바닥재를 재활용해 건축 자재로 사용하는 사업을 검토 중이다. 폐기물을 소각할 경우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물을 데우면 스팀을 생성할 수 있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고열을 폐기물 소각 과정을 바탕으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