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질주가 놀랍다. 올 들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 증가한 4조2379억원을 기록, 분기 영업이익 4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률은 10%로 10년 만에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1분기 9.5%에서 더 높아져 테슬라(2분기 9.6%)도 넘어섰다. 오늘 발표하는 기아차 영업이익도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차·기아가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투톱에 오를 전망이다.

현대차의 실적 호조는 생산을 짓눌렀던 반도체 수급난 해소, 환율 효과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오랜 기간 지속해온 내부 혁신의 결과다. 품질 개선에 따른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와 원가 절감 효과가 컸다는 얘기다. 2분기 현대차가 판매한 차종을 보면 전체 106만 대 중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비중이 58.7%에 이른다. 현대차의 경쟁력이 종전 가격에서 제품력으로 진화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5년 기아 사장 취임 후 20년 가까이 밀어붙인 제조·설계 원가 절감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현대차는 1월 제시한 연간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도 올려 잡았다. 매출·영업이익 증가율을 각각 종전 10.5∼11.5%에서 14∼15%, 6.5∼7.5%에서 8∼9%로 높였다.

현대차의 실적은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반도체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이룬 성과여서 더욱 돋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제 올해 한국 성장률을 종전 1.5%에서 1.4%로 또 하향 조정했다. 올해 들어서만 다섯 차례 낮춰 저성장이 만성화한 일본과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은 2.8%에서 3%로 더 높게 잡았다.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타고 있는데 한국만 그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려면 기업이 앞서 달려야 한다. 현대차를 비롯한 우량 기업들이 투자하고 혁신해야 길이 열린다.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로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해 일자리 확충, 소득·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다. 노란봉투법 같은 반기업법으로 성장을 가로막을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