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종적을 감춰 신상을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나돌던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돌연 면직됐다. 임명 7개월 만이다. 그 자리에는 전임자이자 외교부장을 10년간이나 지낸 왕이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다시 앉았다.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와 베트남 외교장관, 러시아 외교차관과 회담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중병설·불륜설·부정부패설·기밀유출설에 항명설까지 돌았다. 중국 정부는 친 부장의 신변에 대한 질문에 “제공할 정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긴급회의가 열려 친 부장 면직과 왕 위원의 외교부장 임명안을 가결, 시진핑 주석이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는 친 부장의 면직이 확정되자 그의 이름과 사진 등이 곧바로 삭제됐다.

이번 친 부장 교체 과정은 ‘정상적인 보편국가’에서는 보기 어려운 인사 방식이다. 언론이 철저히 통제된 상황에서 공산당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밀실에서 결정하는 불투명한 정치 시스템이 고스란히 재확인됐다. 한 나라의 얼굴 격인 외교장관을 전격 교체하면서 인사 배경에 대해 한마디 설명도 없다. 세계 모든 나라를 향해 외교 수장이 바뀌었으니, “그렇게들 알라”고 하는 셈이다.

중국에선 공산당 눈 밖에 났다가 강제 실종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인 첫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 멍훙웨이, 영화배우 판빙빙, 테니스 스타 펑솨이, 덩샤오핑의 외손녀사위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 등이 중국 공안에 의해 감금됐던 인물들이다. 의문사도 적잖다. 안방보험 실소유주로 알려진 중국 혁명 원로 천이의 아들 천샤오루의 급사와 왕젠 전 하이난항공 회장의 추락사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중국은 의법치국(依法治國)을 내세우지만, 이런 강압적인 공산당 통치가 지속되는 한 누가 법치국가라고 인정하겠는가. 중국이 진짜 바꿔야 할 것은 외교장관이 아니라 세계인의 ‘상식·보편·이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국가 통치 방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