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수하는 尹-기시다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악수하는 尹-기시다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외교 현안이 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열었다. 라인야후 사태는 당초 이날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윤 대통령이 먼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총무성의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가 이 회사의 지분 50%를 보유한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일면서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원칙하에서 이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보라는 요구사항”이라며 “앞으로도 양국 정부가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이 나서 사실상 라인야후 사태가 불필요한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이후 6개월 만에 열렸다.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 이후 1년여 만이다. 두 정상은 지난해에만 셔틀 외교와 다자 회담 등을 계기로 일곱 차례나 만났을 정도로 활발한 교류를 이어왔다. 올해 들어서는 첫 회동이다.

두 정상은 글로벌 수소 공급망 확대에 협력하고 수소산업의 규격과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수소협력대화’를 다음달 중순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을 위한 ‘자원협력대화’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 밖에 양국 간 실질 협력 증진 방안, 한·미·일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방안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의견을 교환했다.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통해 미래 세대 지원에도 계속 힘쓰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우리 정부의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배상 해법이 나온 뒤 한국경제인협회가 10억원, 일본경제단체연합이 1억엔을 출연해 미래 세대를 위한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지난해 한국에서는 ‘한일미래파트너십재단’이, 일본 측에서는 ‘일한미래파트너십재단’이 출범했는데, 이번주 일본이 선제적으로 2억엔을 추가로 모금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첫머리 발언에서 “올해 양국의 인적 교류가 역대 최대였던 2018년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일 관계 개선의 성과가 착실히 쌓이고 있는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양국 관계를 더 도약시키기 위해 윤 대통령과 제가 각각 정부에 지시를 내려 준비를 추진할 수 있으면 한다”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화하며 글로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양국 공조를 한층 긴밀히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저녁 리창 중국 총리와도 양자회담을 했다. 그는 이날 일본에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27일 한·일·중 정상회의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논의해 긴밀한 의사소통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