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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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다시 27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장기화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난 탓이다. 증권가에선 저가매수 기회라는 분석과 당분간 증시가 지지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함께 나온다.

이번주(27~31일)엔 증시를 흔들 만한 큰 이벤트는 없다. 실적시즌도 엔비디아의 ‘어닝·가이던스 서프라이즈’를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발표된 실적을 바탕으로 한 향후 추정치 조정이 마무리됐다는 뜻이다. 이번 실적시즌 기간 호실적 발표가 이어진 데 따른 코스피 편입종목들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추세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를 마지막으로 실적시즌이 마무리돼 이익 모멘텀이 증시 상승을 견인할 기회를 6월에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자심리가 소폭 훼손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심리 훼손 전망의 배경은 금리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4일(현지시간) 4.467%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탄 모습이다. 지난 15일에는 4.34%로 단기 저점을 찍은 바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된 탓이다. 미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면 물가가 안정돼야 하지만, 경기가 충분히 식지 않고 있다. 강 연구원은 “이달 발표된 4월 경제지표가 워낙 약했기 때문에 5월 지표가 더 실망스러울(약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금리 되돌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코스피가 2700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매수에 나서 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불안 심리가 증폭되거나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증시에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한 번만 인하되거나 동결·인상될 가능성에 대한 부담까지 선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 뉴욕증시도 지난 24일(현지시간) 반등했다.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로 직전 거래일에는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하루만에 반발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 대비 36.88포인트(0.70%) 오른 5304.72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33포인트(0.01%) 오른 3만9069.59에, 나스닥종합지수는 184.76포인트(1.10%) 뛴 1만6920.79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23일)에는 다우지수가 1.53%, S&P500지수가 0.74%, 나스닥지수가 0.39% 하락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이번주 미국의 5월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기대지수(현지시간 26일 발표 예정),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0일),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31일) 등을 확인하며 전반적으로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 기대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PCE 물가지수는 미 Fed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용으로 선호하는 경제지표다. 하지만 현지시간으로 금요일인 31일 발표돼 우리 증시에는 다음주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증시 반등을 점친다면 그 동안 소외됐던 종목에 관심을 둘 만하다. 이 연구원은 2차전지, 인터넷, 제약·바이오 등을 유망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빠른 순환매와 채권금리·달러의 하향 안정을 감안할 때 그 동안 부진했던 성장주들이 5월말~6월초의 반등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긴축 우려가 지속된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면 기댈 곳은 실적밖에 없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빅테크와 한국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실적 성장이 확인되는 기업으로의 쏠림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주(20~24일) 코스피는 1.36% 하락해 2687.60을 기록하고 있다. 긴축 장기화 우려에 더해 삼성전자의 약세가 지수를 끌어 내렸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7만5900원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엔비디아에 가장 큰 비중으로 HBM을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기대 이상의 실적과 가이던스를 내놓은 데 힘입어 23일 종가기준으로 20만원을 돌파했다. 현재 주가는 19만8600원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