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낮추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반도체 업황 악화와 내수 둔화를 걸림돌로 지목했다. 지난 11일 제시한 성장률은 1.5%로 작년 1월 전망치(2.9%)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IMF 전망이 아니더라도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제조업 주도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는 유례없는 수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다른 업종 수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여파로 무역수지는 13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만 258억달러에 이른다. 무선통신,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등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도 부진하다.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소매판매액은 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IMF 측은 “코로나19 이후 소비 둔화, 긴축 정책, 주택시장 조정 등이 소비에 영향을 미쳐 내수가 과거보다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많은 전문가는 올해 성장률이 1% 초반대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JP모간 등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1%다. 중국 리오프닝 등의 영향으로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신호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 더욱이 올해 이후 성장을 견인할 기업 투자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발표가 있었지만 먼 훗날 가시화될 일일 뿐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동원 등 섣부른 방책을 모색하기보다는 투자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경제운용의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