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울리는 경고음이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20% 떨어져 9년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19주 연속 하락세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계약일 기준)는 총 671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후 8월 거래량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거래절벽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급기야 경기도를 비롯해 대전 대구 부산 등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매각가)이 80% 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80% 이상인 사업자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회사 원금 손실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부동산 부실은 금융 시장의 뇌관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부동산금융(대출+보증) 규모는 2566조4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총 민간신용이 3339조30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과 연관돼 있다는 의미다. 이 중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가계 여신이 전체의 49.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기업여신(38.6%), 금융투자상품(12.0%) 순이다. 이를 리스크 최종 부담 주체별로 나눠보면 금융기관이 52.0%(1341조6000억원)로, 은행권과 비은행권이 각각 55.9%, 44.1% 비율로 나눠 갖고 있다. 최근 5년간 비은행권 비중이 빠르게 확대된 결과다. 2금융권에서 촉발된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전이돼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트리거로 작용할 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잇따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대에서 굳어진 데 이어 연 8%대로 올라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무리하게 빚을 내 주택을 마련한 ‘영끌족’이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집을 처분하기 시작한다면 부동산 하락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집값의 단계적 하향 안정화를 유도해 적정 수준으로 내려앉을 수 있도록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 집값 급등기 때 만든 규제는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 실수요자에게는 대출 규제를 풀고, 종합부동산세 완화도 하루빨리 입법화하는 등 시장 심리를 안정시킬 방안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부동산 경착륙은 민생 파탄을 몰고 올 정도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가 큰 만큼 야당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실이 금융위험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선제적 리스크 관리도 시급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경우 금융권이 얽혀있는 데다 위기 시 손실 전이 위험이 크기 때문에 부도 확률이 높은 후순위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각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 금융사 부실이 다른 금융권으로 퍼져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비은행권 유동성 지원 기구 설립 등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