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무원 철밥통 개혁’을 1호 공약으로 내건 것은 여러 모로 눈길을 끈다. 대선 일정이 다가오면서 공공부문 개혁에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제3지대’에 있는 김 전 부총리가 먼저 이를 선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34년간 공직에 몸담은 사람이란 점은 물론, 공교롭게도 ‘공공 비대화’를 조장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수장 출신이 내놓은 해법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 전 부총리의 주장은 공무원 정년 및 행정고시(5급 채용시험) 폐지, 정원 20% 감축, 공무원 출신의 공공기관장 임용 및 사법계 전관예우 폐지 등으로 요약된다. 그의 말처럼 공무원 기득권 카르텔의 ‘급소’에 해당하고, 이를 잘 짚어야 ‘유연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공공부문 비대화와 ‘철밥통’ 문제는 현 정부 들어 유달리 심화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공무원 천국’이 될 지경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작년 말까지 공무원 수는 11만3000명 순증했다. 공공기관 임직원을 포함하면 22만 명이 증원될 전망이다. 한 번 늘린 공무원 수는 여간해선 줄이기 어렵다. 결국 국민 세부담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공약(17만4000명 증원)에 맞춰 순차적으로 채용하면 향후 30년간 인건비 328조원이 더 든다는 국회 경고도 이미 나왔다. 민간에 대한 간섭과 규제가 많아져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구축’해 버리고, 공직 비효율과 비리 가능성도 커지게 마련이다. 연초 LH 임직원 땅투기 사태에서 그런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더 중요하게는 젊은이들이 그런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인 나라가 돼버렸다는 점이다. 취업절벽 탓이라고 해도 취업준비생의 32.4%(27만8000명)가 ‘공시족’이고, 9급 기능직을 뽑는 곳에 박사급 인재가 몰리는 게 정상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김 전 부총리의 1호 공약은 대선담론으로 삼아야 할 중요 과제다. 문제는 각론이다. 행시를 폐지하더라도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새 선발방식을 안착시켜야 한다. 여당이 발의했다가 철회한 ‘민주화 유공자 예우법’처럼 사회적 배려자라며 공공기관 등 취업 때 가산점을 주려는 시도가 개입되면 ‘현대판 음서제’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고위직급을 개방형으로 뽑더라도 연고·정실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습속부터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 퇴직한 뒤에야 비로소 ‘바른말’을 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도 제대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