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K뉴딜위원회가 발의한 ‘그린뉴딜기본법’과 ‘녹색금융지원특별법’ 입법안을 보면 공공부문의 무분별한 확장 본능을 꼬집은 ‘파킨슨 법칙’이 한국을 모델로 염두에 뒀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린뉴딜을 지원하겠다며 이번에는 ‘한국녹색금융공사’라는 공기업을 신설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법안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아예 법제화하고, 전담기구로 ‘국가기후위기위원회’와 녹색금융공사까지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녹색·지역개발·신성장동력 산업 자금 지원을 명분으로 만든 정책금융공사가 5년 만에 사라진 선례를 알고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은행에서 해오던 업무를 ‘녹색성장’ 구호에 맞춰 이름도 거창한 공기업을 신설해 전담시켰으나 정부가 바뀌면서 유야무야됐다.

한국형 뉴딜이든 그린뉴딜이든 조직과 인력이 없어 어려운 게 아니다. 이미 정부부처는 공직사회 안에서도 ‘업무 중복’을 걱정할 정도로 팽창해 있고, ‘칸막이 행정’도 여전하다. 340개나 되는 공기업·공공기관으로 가면 공공부문 비대화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다. 인구 감소에도 갈수록 커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은 숫자도 헤아리기 힘들어 통폐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판이다. 곳곳의 ‘시어머니’가 신(新)산업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잇단 헛발 정책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자 부동산 감시·규제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겠다는 접근방식과 다를 바 없다. 날림·중첩 기관 설립이 남발되면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혈세부담은 미래세대 몫이다. 그린뉴딜의 성패도 결국은 기업 투자에 달렸다고 본다면, 규제법규 철폐와 갑질 행정 근절에 주력하는 게 국회와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시중에 돈이 없어 신규투자가 부진한 것도 아니다. 자금흐름을 막는 낡은 규제가 거듭 문제이고,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관건일 뿐이다.

정부정책과 공공사업에서 조직 확대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예산 우선 배정도 부차적인 문제다. 투자 걸림돌을 없애고 기업의 기를 살려 뛰도록 하는 게 돈을 안 들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 모든 규제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도 뒤엉키면 ‘암(癌)덩어리’가 되듯, 공공기관도 제각기 그럴듯한 명분이 있지만 모이고 모이면 공공부문을 비대한 공룡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일종의 ‘구성의 오류’다. 정부가 사업을 하나 벌일 때마다 공기업부터 만들어선 곤란하다. 이 정부의 남은 임기까지 공공부문을 얼마나 더 늘릴지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