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과잉처벌 조항으로 점철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찬성하고 나선 것에 대해 기업들은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낄 법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의도연구원 주최 간담회에서 “국회가 (입법에) 전폭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찬성입장을 분명히 했다. 발의자인 정의당 의원과 노동단체 관계자들까지 초대해 초당적 협력 의사를 전했다.

간담회에서는 “7년 전 발의했을 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쯤되면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보수정당이 맞는 것인지 회의가 든다. 기업을 적폐로 모는 범여권의 준동을 견제해야 할 제1 야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팽개친 부적절한 판단이다. 국민의힘마저 ‘경영자는 악, 노동자는 선’이라는 이분법에 빠진 게 아니라면 표를 의식해 반시장적 세력과 타협한 것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증오에 기초해 무한책임을 지우는 악법이다. 사업주와 경영자 처벌은 올 1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이미 대폭 강화됐다. 몇 년간 시행해보고 처벌강화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개정 산안법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 산재사망 시 세계 최고수준인 ‘7년 이하 징역’을 받는다. 독일 프랑스 캐나다(1년 이하 징역) 영국 미국 일본(6개월 이하 징역) 등 선진국보다 형량이 훨씬 많다. 친노(親勞)입법이자 화풀이 입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청기업에 하청기업과 동일한 책임을 묻는 것도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책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형벌이 부과돼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원청에 공동의무가 부과되면 책임논란을 불러 안전관리가 더 혼란스러워질 개연성이 높다. ‘3~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민법상 실손해 배상원칙’에 배치된다.

국민의힘의 급속 좌클릭은 가뜩이나 기진맥진한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국민의힘이 치고 나온 것을 의식해 ‘우리는 더 센 법안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졌다. 국민의힘은 공정경제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된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에도 원칙 찬성했다. 과거 정경유착 시절의 편향된 기업관(觀)에 사로잡혀 한국에만 있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 등 갈라파고스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건 시대착오다. 옳은 길을 포기하고 대중영합으로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집권하려면 자살골부터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