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범여권 정당이 추진하는 비례대표용 연합 정당 참여 여부를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11일까지 가부를 결정하겠다지만 사실상 참여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지난달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자 ‘꼼수’라며 비판을 쏟아냈었다. “공당이 택할 정상적 방법이 아니다”고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자신들도 비례대표 정당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미래한국당이 범여권보다 더 많은 비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자 입장을 180도 바꿨다. 비례대표 정당을 둘러싼 이 모든 소란의 근원은 선거법 개정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범여권 군소정당들과 이른바 ‘4+1’이라는 임의 협의체를 만들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렇게 법을 바꾸면 범여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큰 데다 ‘공수처법’ 국회 통과를 위해 군소정당들의 협조 역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이 대단한 정치개혁이라도 되는 듯 포장했지만 사실은 철저한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게 바꾼 선거법을 야당이 역이용해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자 원내 1당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절박감에 자신들 역시 선거법을 무력화하는 ‘편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국격은 전례없이 훼손되고 있다. 국민은 집단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이럴 때 여당이 위기를 타개할 실력과 존재감을 보여주기는커녕 의석수 계산에 매몰돼 자신들이 ‘의석 도둑질’이라고 비난하던 야당의 행태를 거의 그대로 따라하겠다고 한다. 이럴 거면 선거법은 왜 바꿨나. 차라리 선거법 개정을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더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