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확산 우려하는 중국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시위는 보통선거 실시를 요구할 만큼 참가자들의 목표가 커진 상태다. 홍콩 시민 중 일부가 수십 년에 걸쳐 민주주의를 요구해 왔지만, 지금 홍콩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홍콩 시민은 대부분 극적 변화가 일어나 그들의 권리가 보호되든지, 아니면 권리가 박탈되고 완전히 자멸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 하고 있다.

홍콩 시위 참가자들이 원하는 건 분명히 독립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수호다. 홍콩인 대부분은 홍콩의 독자성을 자랑스러워하지만 홍콩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 역시 인정하고 있다. 홍콩 청년 조직인 데모시스트의 전략가 제프리 고는 “중국 정부는 항상 우리를 분리주의자라고 부르지만, 독립은 현재 운동의 요구 항목에 들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의 틀 안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건 ‘일국양제’가 지향하는 상황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 '독립' 아닌 '민주화' 요구

하지만 홍콩 정부는 ‘대리정부’이기 때문에 홍콩 정부와의 싸움은 사실상 중국 정부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1일 중국 정부는 공산당 정권 탄생 70주년을 축하했지만 홍콩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이 어두운 마음으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시위가 확산되기 쉽다는 점을 알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홍콩 시위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본토인이 알아차리는 게 위협이다. 푸징화 홍콩대 교수는 “중국 본토인들은 홍콩 정부가 왜 항의에 굴복해 범죄인 인도법안(도망범 조례) 개정안을 철회했는지 의아해한다”고 말했다.

일부 홍콩인의 폭력적 시위 행태는 되레 중국의 프로파간다(선전)에 ‘선물’이 되고 있다. 본토에서는 시위자가 경찰과 싸우고 화염병을 던지거나 지하철역을 파괴하는 등의 영상을 국영매체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이 같은 프로파간다는 으레 홍콩 시위 참가자를 폭도로 표현하며 그들의 행위가 테러리스트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中 정부, 폭력 행위 중점 부각

시위가 폭력과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중국 정부의 선전 정책은 지금까지는 성공하고 있다. 본토 사람들은 홍콩 시민이 자유가 아니라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공산당의 선전은 중국민의 민족주의와 질투심에 호소하는 것으로, 본토인들보다 자유가 인정되고 번영하는데도 국가에 맞서는 홍콩 시민들을 배은망덕한 국민으로 표현하고 있다. 국영 언론들은 또 외국인, 특히 미국인은 홍콩의 시위를 조종하고 있는 ‘검은손(black hand)’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홍콩과 선전 경계 부근에 무장 차량을 집결시켜 군사훈련을 할 때, 그 메시지는 홍콩 시위 참가자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인들에게도 전달됐다. 중국 정부가 소요에 폭력으로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알려준 것이다. 홍콩인들은 지금 반격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생활이 크게 악화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강경한 홍콩 대책을 통해 본토 사람들에게 강력한 통치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 있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질리언 K 멜키오르 월스트리트저널 논설위원이 쓴 ‘Hong Kong’s Revolutionary Turn’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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