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전력정책이 줄줄이 꼬여가는 형국이다. 에너지공기업들이 적자의 늪으로 깊숙이 빨려들어가는 것부터 그렇다. 한국전력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이용률 감소로 인한 손실에 신재생에너지 구입 비용 확대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한전의 올해 1~6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보전비용은 8276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 9285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을 매년 1%포인트씩 늘려 2023년부터는 1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RPS로 인한 한전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소규모 신재생 발전업체가 공급 과잉으로 도산위기에 몰리면서 정부가 장기계약 부담까지 한전에 떠안겼다.

지난해 한국의 석탄 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한 것도 정책과 현실의 부조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비중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석탄 비중이 늘어났다는 게 에너지업계의 진단이다.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감축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점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공급할 수 있는 발전설비 계획을 짜는 것이다. 그런데 탈원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력수요 전망치를 의도적으로 낮춘다면 ‘대정전’ 위험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기됐던 엉터리 전망 의혹이 9차 계획에서도 그대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게 에너지업계는 물론이고 많은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정부는 이 모든 게 탈원전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변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공개 토론에 나서 꼬인 전력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