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K패션 4세대' 디자이너들
"'나는 한국인' 티셔츠로 파리 패션街 주목받았죠"

한국 디자이너들이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1세대 앙드레 김, 2세대 문영희 이상봉, 3세대 우영미 정욱준에 이어 ‘K패션 4세대’들이 파리에 진출한 것이다. 디자이너 김윤정 김인태 김지은 유은송 씨는 최근 파리에서 잇따라 쇼룸을 열고 내년 봄여름(S/S) 신제품을 선보였다.

쇼룸(showroom)이란 다음 계절용 신제품을 전 세계 바이어 및 언론인에게 공개하는 전시장이다. 신인 디자이너에게는 유명 패션위크에서 패션쇼를 열거나 현지 주요 백화점·편집매장 등에 입점할 수 있는 전초전 역할을 한다. 김윤정(30) 김인태 씨(28)는 지난 26일 파리의 신흥 패션 명소인 마레지구(marais district) 캥컹푸아가에서 나란히 쇼룸을 열었다. 이들의 쇼룸에는 세계 최초 백화점인 봉마르셰, 세계적인 편집매장 콜레트의 바이어 등이 방문했다.

김윤정 씨는 프랑스의 명문 의상학교 스튜디오 베르소를 수석 졸업한 재원이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LVMH의 신인 디자이너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대회 이에르페스티벌에서 2010년 동양인 최초로 결승에 진출했다. 당시 파리에서 독특한 디자인의 여성복 브랜드 ‘누나’를 만들었다. 지난달 국내 활동을 정리하고 유럽에 주력하기 위해 파리로 이주했다.

김인태 씨(28)는 올 3월 파리에서 여성복 브랜드 ‘김인태 김해김’, 남성복 브랜드 ‘시맨틱’을 연이어 만들었다. ‘김인태 김해김’은 ‘김해 김씨 김인태’란 뜻이다. 그는 파리의 유서 깊은 의상학교 에스모드에서 오트 쿠튀르를 전공, 3등으로 졸업했다. 현재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인 니콜라 게스키에르가 발렌시아가 수석 디자이너였을 때 함께 일했다. 프랑스의 퍼 전문 브랜드 이브살로몬, 한국인 최초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인 우영미 디자이너와도 일했다. 파리로 이주한 것은 2007년이다.

김지은 씨(29)도 같은 날 마레지구의 토희니가에서 쇼룸을 열었다. 김씨는 박승건 디자이너의 ‘푸시버튼’에서 일하다 2007년 여성복 브랜드 ‘프리마돈나’를 만들었다.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연 2회 파리에서 쇼룸을 열고 있다. 꾸준히 활동해온 결과 콜레트, 오프닝세리머니 등 세계적인 편집매장, 일본 이세탄 백화점에 잇따라 진입했다. 콜레트는 지난해 프리마돈나의 컬렉션 사진을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유은송 씨(25)는 7월 프랑스 디자이너 줄리앙 코스통과 함께 파리에서 캐주얼 브랜드 ‘위 빠남’을 만들었다. 유씨는 현재 프랑스 잡화 브랜드 델핀들라퐁, 코스통은 프랑스 브랜드 라코스테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유씨는 김인태 씨처럼 에스몬드에서 오트 쿠튀르를 전공한 뒤 2011년 파리로 이주했다.

‘나는 한국인입니다(Je suis coreenne)’란 문구를 넣은 짤막한 티셔츠, 요일별 티셔츠로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랑스 패션 월간지 엘르의 편집장인 소피 퐁타넬이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그의 독특한 티셔츠 사진을 올려 더욱 화제가 됐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자꾸 ‘중국인이냐’고 묻는 게 싫어 반항심에 만든 티셔츠였는데 오히려 현지인들이 좋아하더라”며 “패션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를 문화적으로 연결하고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도 당당하게 설 것”이라고 말했다. 쇼룸은 30일 마레지구의 몽세가에서 연다.

파리=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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