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상캐스터가 되려면 기상 지식 외에 풍부한 감성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라고 해서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거든요. 가뭄에 속 타는 농민과 폭풍으로 고기잡이에 나서지 못하는 어부의 심정을 헤아려야 합니다.”

“내일은 비”라는 예보 대신 “빨래 널지 마세요”라는 멘트로 1990~2000년대 톱 탤런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기상캐스터 이익선 씨(사진)가 2004년 3월 자신의 팬 카페 ‘다카사’(다다를 사랑하는 카페사람들)에 올린 글이다. ‘다다’는 이씨의 이름과 어울린다(다다익선)며 팬들이 지어준 애칭이다.

2006년 16년간 몸담았던 KBS를 떠난 그는 현재 전국 90여명의 여성 기상캐스터 모임인 기상방송인협회를 이끌고 있다. 23일 세계기상의 날의 맞아 서울 퇴계로 TBS교통방송 로비에서 최근 이씨를 만났다. 이씨는 교통방송에서 매일 오후 8시 ‘SNS쇼’를 진행하고 있다.

“기상방송인협회는 이제 2년 정도 됐네요. 2011년 조석준 당시 기상청장께서 힌트를 주셨어요. 선임 여성 기상캐스터 몇 명을 불러 ‘기상청에서 하는 교육에 참가해 소양도 넓히면 좋지 않겠느냐’고 하시더군요. 그해 11월에 첫 전국모임을 가졌어요.”

그는 “날씨 정보를 정제된 단어로 전하는 전문가로서 공부도 하고 불안정한 고용관계 개선, 봉사활동이 협회의 설립 취지”라고 그는 덧붙였다.

대한민국 여성 기상캐스터 1호인 이씨. 그는 어떻게 기상캐스터가 됐을까. “1991년 당시 저는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취직이 된 상태였거든요. 대학 선배인 박찬숙 전 국회의원(당시 KBS 아나운서)이 연락을 해 오디션을 보라고 하더군요.” 이후 15년간 KBS에서 기상 코너를 도맡아온 이씨. 1994~1996년 EBS ‘시네마천국’, 1996~1998년에는 KBS 간판프로그램 ‘연예가중계’ 등을 진행하며 승승장구했다. 2004년 결혼해 이듬해 출산과 함께 방송사를 떠난 그는 현재 교통방송과 국방부 라디오방송, 불교TV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방송에서 못 한 말이 있다고 했다. “여성 기상캐스터들이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다 보니 더 예쁜 모습으로 비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방송사 측 요구나 고용관계에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기상캐스터들은 기상해설사 자격증(올해 신설) 시험 준비를 하고 정확한 예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프로페셔널들입니다. 그저 뉴스 말미에 나오는 ‘섹시한 인형’으로만 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