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심 코애귤런트테라퓨틱스 최고과학책임자(CSO)가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코애귤런트 제공
데릭 심 코애귤런트테라퓨틱스 최고과학책임자(CSO)가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코애귤런트 제공
지난 11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혈액학회 학술대회(ASH2022). 참석자만 3만 명인 혈액학 분야 세계 최대 행사에서 한국 바이오기업이 항체 라이브러리를 공개했다. 발표자는 데릭 심 코애귤런트테라퓨틱스 최고과학책임자(CSO). 바이엘에서 혈액학 신약 개발을 이끌던 그는 2019년 이 회사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맞춘 K바이오 드림팀

‘미국 바이오 기술력과 한국 자본력이 결합한 글로벌 신약개발 드림팀’. 코애귤런트를 수식하는 말이다. 직원 5명인 이 회사 임원의 제약·바이오 업력은 100년을 넘는다. 목표는 세계 처음으로 급성 출혈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시장 규모만 24조원에 이르지만 신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테리 허미스턴 코애귤런트 최고경영자(CEO)는 13일 “분만 시 잦은 산후 출혈 치료제 후보물질 ‘CT-001’을 시작으로 급성 출혈 치료제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며 “2024년 임상시험을 시작해 이르면 202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 업력 25년 이상인 그는 바이엘의 미국 바이오의약품 개발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미국 바이오기업 오닉스파마슈티컬 등에서 항암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그는 바이엘에 합류한 뒤 급성 출혈 치료제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항암제, 심혈관 치료제 등에 집중하기 위해 바이엘이 혈액학 포트폴리오 축소를 결정하자 이를 기반으로 창업에 나섰다.

바이엘에서 급성 출혈 치료제 관련 지식재산권 3건을 인수했다. 이를 포함해 30여 건의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2019년 창업 지역으로 선택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 박만규 도이치텔레콤캐피털파트너스 상무와 배대경 코애귤런트 운영총괄이사의 설득 덕분이었다.

허미스턴 CEO는 “미국에서 기술력은 인정 받았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단일 후보물질 기업을 선호했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시장 전체를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고 당시 상업화 계획과 맞아 한국 기업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와 함께 심 CSO도 합류했다. 프랭크 부스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신약 임상분야 업력만 20년 넘는 베테랑이다.

“세계 첫 급성 출혈 치료제 내놓을 것”

급성 출혈은 사고나 수술 등으로 피가 많이 나는 상태다. 만 44세 이하 주요 사망 원인이다. 빠르게 지혈하면 사망의 20~40% 정도를 막을 수 있지만 승인받은 약이 없다. 환자가 갑자기 발생하는 탓에 임상시험이 힘든 데다 혈액 응고제를 잘못 투여하면 혈전 부작용 위험이 높아서다.

CT-001은 제7혈액응고인자가 출혈 부위를 잘 찾아가도록 바꿔 효과를 세 배 높였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약효를 낸 뒤엔 빠르게 사라지도록 했다. 2시간인 제7혈액응고인자 반감기를 3분으로 줄인 게 핵심 기술이다.

산후 출혈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매년 4만6000명 정도 발생한다. 환자가 많지 않지만 분만 후 병원 치료 중 발생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설계해 약효를 입증하는 데 유리하다. 이후 연간 추정환자가 32만 명 정도인 외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CT-001은 올초 FDA로부터 산후 출혈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혈액응고 등에 영향을 주는 활성단백질C 항체 플랫폼을 구축해 혈우병 패혈증 등으로도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허미스턴 CEO는 “주요 글로벌 제약사 등과 파트너링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세계적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는 첫 한국 바이오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