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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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자 마윈(사진)이 중국 공산당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앤트그룹의 일부를 국유화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확정하지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앤트그룹은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 등을 제공하는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로 마윈이 지분 50.5%를 보유하고 있다.

마윈은 지난달 2일 중국 인민은행 등 4개 기관의 긴급 호출을 받았다. 1주일여 전인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위험 방지를 내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정책을 취하며 혁신을 막고 있다”고 비판한 게 발단이 됐다. 당국 면담에서 호된 질책을 받자 마윈은 “국가가 필요로 한다면 앤트그룹이 보유한 플랫폼의 어떤 부분이라도 내줄 수 있다. 지분도 중국 정부에 넘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면담 직후 앤트그룹이 추진해온 기업공개(IPO) 일정을 돌연 중단시켰다. 상장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서다. 앤트그룹은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해 34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중국 당국은 또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을 연달아 내놨다. 지난 18일엔 알리페이를 통한 은행 예금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마윈은 상하이 연설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앤트그룹 대변인은 WSJ에 “(마윈의 지분 제안 등) 면담 내용은 내부 기밀이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앤트그룹의 지분 일부가 중국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당국이 마윈 제안을 지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당국이 자본 및 레버리지 규제를 대폭 강화해 앤트그룹이 외부 자본을 확충해야 할 때 중국 국유은행이나 다른 기관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마윈과 앤트그룹 외에 중국 공산당에 미운털이 박힌 기업인과 기업은 호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다롄완다그룹과 안방보험, 하이난항공(HNA)그룹 등은 공산당 권위에 맞섰다가 매각 명령을 받고 국유화됐거나 창업자가 징역형에 처해졌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틴 초젬파 연구위원은 “앤트그룹이 일궈놓은 온라인 결제시스템의 일부가 이미 인민은행 통제 아래 들어갔다”며 “중국 정부가 시장 국유화를 이미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