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문제점 중 하나는 ‘빈집’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도쿄 같은 대도시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지만 대도시 주변 신도시나 지방에선 빈집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지방이나 신도시에서 고령자 비중은 급증한 반면 취학연령 인구가 급감하면서 빈집과 방범문제가 대두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선 빈집을 ‘재활용’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빈집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 주택을 ‘셰어 하우스’나 일종의 노인정 등으로 전용할 경우, 기존에는 계단의 경사를 완만하도록 하는 규제가 있었지만 이를 완화키로 했다고 합니다. 빈집에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하지 않아도 돼 전용에 따른 부담을 완화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찬밥, 더운밥’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일본에선 주택의 형태에 따라 계단의 경사를 정하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공동 주택의 공용계단 처럼 계단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에서는 안전성에 배려해 기울기를 46도 이내로 했다고 합니다. 반면 일반 단독 주택은 57도 이내였다네요. 이에 따라 빈집을 공용공간으로 전용하려면 계단을 깎아 거의 다시 만들다시피하는 대규모 보수작업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계단 경사를 50도 이내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계단에 난간이나 미끄럼 방지 장치를 설치하면 안전성을 확보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단독주택의 경우, 계단을 철거하고 다시 만들면 평균 100만엔(약 1000만원)가량이 들지만 난간이나 미끄럼 방지 장치를 붙이는 것은 10만~20만엔(100만~200만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합니다.

지은지 30년 가량된 단독 주택의 경우, 대부분 계단 각도가 50도 이내여서 대규모 공사를 하지 않고도 공용시설로 전용이 가능하게 된다고 합니다.

한편 일본에선 2030년대가 되면 빈집이 현재 주택의 30%가량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빈집 활용이나해체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2033년에는 빈집이 2166만호나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총무성이 발표한 2013년 기준 빈집의 820만호보다 2.64배나 많은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주택 중 빈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13.5%에서 30%로 껑충 뛰게 됩니다. 여기에 현재 추세대로 대도시에 신규주택 건설이 늘어난다면 빈집 증가는 불가피하다네요.

한국도 지방 소도시 등에선 빈집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본의 빈집 활용 대응방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