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핫 종목 -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빌려쓰는지구' 리필스테이션에서 직원이 소비자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의 '빌려쓰는지구' 리필스테이션에서 직원이 소비자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생활용품부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LG생활건강 제품은 우리 실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LG생활건강은 한때 화장품 대장주였다. 중국에서의 판매 호조로 시가총액이 25조원을 넘어서며 LG그룹의 대장주까지 넘봤다. 지난해 LG생활건강 포트폴리오를 보면 화장품 매출 비중은 55%, 생활용품은 2%, 음료는 20%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최근 화장품 업황 악화의 영향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LG생활건강 안팎에서도 주가 흐름을 놓고 위기감이 감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것이 LG생활건강의 계획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면서 친환경 제품 라인업을 새롭게 구축하는 한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변화와 저가 매력을 이유로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중국발 실적 위기 ESG 강화로 넘는다


5년 전 주가로 회귀

-44%. LG생활건강의 최근 1년간 주가 하락률이다. 지난해 7월 17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80만원 중반대까지 미끄러지며 딱 5년 전인 2017년 4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근 1개월간에도 10%가량 떨어졌다.

문제는 오롯이 실적이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3분기 매출이 2조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5.8% 적은 수준이다. 그동안 매출 상승세를 견인하던 중국 내 화장품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영향이다. 4분기에도 면세점 매출이 기대치 이하를 나타내면서 떨어지는 주가를 잡을 길이 없어 보였다. 올 초만 해도 증권업계에서 “LG생활건강의 매력이던 안정적 실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저점을 쉽게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회사도 화장품과 생활용품에서 럭셔리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의약품 판매, 소분 매매, 수입, 의료기기 제조사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집에서 관리가 가능하도록 한 뷰티 디바이스(피부 관리 장치 등) 연구 조직 신설도 검토 중이다.

외부 환경도 나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봉쇄됐던 중국 대도시 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질 게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거리 두기 완화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실외 마스크 의무가 폐지되면 화장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발 실적 위기 ESG 강화로 넘는다


ESG는 변함없이 강화

ESG 경영 차원에서도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위기를 ESG 경영으로 타파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 회사 측 청사진이다. LG생활건강은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월드 지수에 4년 연속 편입했다. 동종 업종 내에서 가장 높은 ESG 수준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환경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지난해 대비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하는 내용도 있다. 세척수 재활용 설비 구축, 태양광 설치, 탄소중립 관련 신기술 도입 등도 진행 중이다.

화장품업체로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그린패키징 가이드’다. 단순히 제품 포장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수준이 아닌, 제품 개발 단계부터 지속 가능성을 검토하고 적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폐플라스틱 감소와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스타트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 분야에서는 협력사와 함께 ESG 경영 활동을 강화한다. 아동, 청소년, 경력 단절 여성 등 상대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9년 만에 여성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향후 3년간 순이익의 30%를 배당 원칙으로 삼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고의 지속 가능 일용 소비재 기업이라는 ESG 비전 아래 2050년 탄소중립을 포함한 ESG 전략을 수립한 상황”이라며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 환경영향 저감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고 성장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실적 위기 ESG 강화로 넘는다


2분기 주가 반등 기대

올해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는 외부 악재의 해소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 부진은 중국 시장의 영향이 컸다. 올해는 더 나빠질 것이 없는 이슈다. 중국 정부가 입국 방역을 완화하고 경기 부양책에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화장품 업황도 나아질 전망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보다 17% 성장할 것”이라며 “LG생활건강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LG생활건강의 중국 화장품 시장점유율은 약 4.1%로 추정된다.

면세점 상황도 점차 나아질 전망이다. 해외 입국자의 국내 격리 의무가 사라지면서 여행업계에서는 해외여행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올여름 휴가 시즌 해외 항공권 예약도 줄을 잇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면세점 매출이 현시점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음료와 생활용품 시장 전망도 우호적이다. 생활용품은 미국 헤어케어용품 ‘보인카’ 등을 인수하고,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늘리면서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음료 부문도 제로 탄산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고 있다. 사실상 면세점을 중심으로 한 화장품만 나아지면 더 나빠질 게 없는 사업구조다.

LG생활건강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보다 3.8% 늘어난 1조3382억원이다. 3개월 전 전망치(1조4240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면세점 회복 등으로 2분기 중순이나 말부터는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무엇보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현 주가에서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증권업계가 보는 이유다. LG생활건강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6.9배로 1년 전(29배)보다 한참 낮아졌다. 3개월 전에도 20배가 넘었다. 17배는 LG생활건강의 역사적 밸류에이션 하단이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은 123만원이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