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기관투자가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연계 인수금융 대출에 투자한 첫 사례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ESG 연계 대출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타이거대체투자운용은 지난달 ‘타이거대체그린알파전문투자형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35호’를 설정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실행한 플렌더 인수금융 2조7000억원 중 1000억원 규모 선순위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펀드에는 국내 대표 생명보험사를 포함해 복수의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렌더는 풍력발전에 사용되는 기어박스를 제조하는 업체다. 산업용 기어박스도 제조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어박스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독일 제조업체 지멘스가 2005년 인수했지만 최근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플렌더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플렌더 인수금융은 ESG를 대출의 평가 요소로 반영한 지속가능연계대출(SLL)이다. 지속가능연계대출은 돈을 빌리는 기업이 미리 정한 ESG 평가 기준을 만족하는 동안에는 낮은 금리가 적용되고, 만족시키지 못하면 금리가 올라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플렌더는 지속가능연계대출을 활용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고, 금리 인하분의 일부를 ESG 기업에 기부나 투자하도록 약정을 맺었다.

타이거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최근 ESG 투자 상품에 대한 국내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갖춘 인수금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 시장에서는 ESG 경영이 우수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례로 SK텔레콤이 이달 초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그룹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ESG 연계 대출을 받았다. DBS그룹은 SK텔레콤 외에도 글로벌 통신업체인 싱텔과 싱가포르 최대 부동산 기업 CDL 등에 ESG 성과 창출과 연계한 대출을 제공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