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외이사 된 '여의도 저승사자'…"투기세력으로만 봐선 안돼"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이 사모펀드를 규제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생태계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관심을 두면 좋겠습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EMP벨스타가 ‘여의도 저승사자’로 알려진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맞이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마지막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뒤 작년 9월 검찰을 떠난 금융범죄수사 전문가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EMP벨스타 사무실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사모펀드 이사회 합류 배경에 대해 “검사로 재직하던 때엔 사모펀드를 건실한 투자자라기보다 투기세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 아쉬웠다”며 “시장에서 자금이 어떻게 모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투자되는지 피부로 겪어보면 검찰 경력을 토대로 향후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2012년부터 2년간 한국거래소에서 법률자문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고, 2017년엔 연세대에서 자본시장법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논문 주제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형사책임과 규제에 관한 연구’다. 《자본시장법 주석서》(한국증권법학회 발간) 《증권 불공정거래의 쟁점》(서울대 금융법센터 발간) 공동 집필에도 참여했다.

합수단장으로 있을 때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횡령 사건을 수사하다 라임자산운용 경영진이 연루돼 있는 걸 포착하고 라임펀드 사기 사건까지 수사를 펼쳐나갔다. 다만 합수단 폐지로 수사단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라임 사건과 신라젠 사건 등 굵직한 금융범죄 수사를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2019년부터 퇴직 전까지 대검찰청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도 일했다.

김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가 목적이며 그 수단은 공정과 신뢰”라며 “국내에선 시세조종 같은 불공정거래가 판치기 쉬운 환경인 데다 몇몇 사건을 계기로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시장은 기업과 국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라며 “합수단장 시절부터 건전한 자본시장 생태계 조성을 염두에 두고 ‘사모펀드 운용사의 옥석 가리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국내 사모펀드는 지난해 기준 7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수많은 곳 중에서 EMP벨스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 변호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운영철학이 맞는 점을 꼽았다.

EMP벨스타는 이준호 한국대표와 한국계 미국인인 대니얼 윤 회장이 2008년 설립한 운용사로 물류기업인 한국초저온을 설립했다. 그는 “EMP벨스타는 초저온 물류센터를 통해 폐냉열의 재활용을 실천하고(친환경), 물류의 선진화에 기여한 곳(사회적 책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초저온은 액화천연가스(LNG) 폐냉열을 재활용하는 초저온 물류창고를 개발했다. 관제 시설까지 갖춰 저장품의 통합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지난해 초에는 골드만삭스와 SK(주)로부터 각각 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대표는 “김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합류함으로써 ESG에서 ‘G’가 완성됐다”며 “지배구조와 투명성에서 다른 사모펀드에 모범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