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가 빈사 상태에 내몰렸다. 원유(原乳) 생산자인 낙농가가 사료값과 인건비 상승 등을 명분 삼아 원유값 인상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의 제품 가격 인하 압박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가격이 국산 우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폴란드산 멸균우유까지 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폭발적으로 밀려들고 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우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한 달 이상 치열한 가격 협상을 벌였다. 양측이 줄다리기해온 원유값 인상 폭은 L당 69~104원(전년 대비 상승률 6.9~10.4%)이다. 협상 마감 시한인 19일 이 범위에서 인상 폭이 확정되면 2020년 이후 3년간 인상률이 최고 18.7%에 달할 전망이다. 우유업계는 낙농업계의 밀어붙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낙농가는 협상 기간 내내 “사료값과 인건비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L당 926원이던 원유값은 글로벌 물류대란, 이상기후 등의 여파로 사료값과 인건비가 급등함에 따라 2021년 947원, 2022년 996원으로 상승세를 탔다. 이런 마당에 우유업계는 2002년 도입한 쿼터제에 따라 매년 220만t에 달하는 원유를 정해진 가격에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전체 낙농가가 생산한 양(205만t)보다 큰 규모다.

정부가 서민물가 부담을 이유로 전방위적 가격 인하 혹은 동결 압박을 가하는 것도 큰 부담 요인이다. 업계가 정부 방침을 따를 경우 5% 미만에 불과한 영업이익률(업계 1위 서울우유 기준 2%)은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L당 가격이 국산의 절반 수준(1350원)에 불과한 폴란드산 멸균우유도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내세워 국내 우유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멸균우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1만4675t)보다 25.2% 증가한 1만8379t에 달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업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