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SBA 대표 "서울의 뷰티 산업 진화 가능성 전시하겠다"
울창한 수풀 사이를 걷다보면 나무 아래로 전시돼있는 운동복 브랜드가 보인다. 거대한 고목 뿌리 사이엔 화장품들이 올려져있다. 공간 한켠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얼굴에 여러 헤어스타일을 입혀볼 수 있는 스마트거울이 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조성된 패션· 뷰티 체험형 전시공간 '비더비(B the B)' 모습이다.

비더비를 기획한 김현우 서울산업진흥원(SBA) 대표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대기업의 제품 전시 공간에 다녀온 뒤 SNS에 올리는 것처럼 중소기업, 스타트업에도 멋진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간 자체의 매력이 이 곳에 전시된 중소기업 제품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했다.
김현우 SBA 대표 "서울의 뷰티 산업 진화 가능성 전시하겠다"
지난달 30일 SBA가 개관한 비더비는 중소기업 제품 230여개가 전시되고 있는 약 1223㎡(약 370평) 규모의 전시공간이다. 생명과의 공존을 지향하는 바이오필리아(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사랑) 컨셉으로 자갈, 흙, 나뭇잎 같은 자연 소재로 동선을 구성했다. 시민들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자연스럽게 중소 뷰티·패션 기업의 기술과 상품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브랜드 플랫폼인 무신사, 브랜디 등과 협업했다. 주말마다 5000명 이상이 비더비를 다녀가는 등 인기를 끌고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공공기관이 관행적으로 만들어왔던 중소기업 제품 전시공간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 성수동 디올 스토어 등 MZ세대에 인기 많은 '핫플'들을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둘러봤다. 김 대표는 "비더비를 찾은 살람들이 '공공기관에서 한 것 맞아? 와우!'라고 반응하길 바랐다"며 "공간 자체가 사람을 끌어들이고,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제품들을 마주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시된 제품에 달려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온라인 스토어로 연결된다.
김현우 SBA 대표 "서울의 뷰티 산업 진화 가능성 전시하겠다"
비더비에선 혁신적인 인공지능(AI) 뷰티테크 기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피부진단을 통해 화장품 제품을 추천하는 룰루랩의 '루미니'와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찾아주는 '미러로이드'다. 김 대표는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가 쇠락한 이유는 헐리웃에 헐리웃 방식으로 대적했기 때문"이라며 "서울의 뷰티 패션 산업 역시 밀라노 방식을 따라갈 게 아니라 테크와 접목해 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이 맞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그냥 많은 중소기업 제품을 전시하는 데만 신경섰다면 앞으로는 뷰티 산업의 진화 가능성 자체를 전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뷰티 패션은 서울을 대표하는 산업이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비더비처럼 브랜드 파워를 가진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제품이 아니라 공간과 제품과 기술 등 유관 산업이 모두 엮인 서울의 뷰티 소비패턴 자체를 수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현우 SBA 대표 "서울의 뷰티 산업 진화 가능성 전시하겠다"
비더비 개관 장소로 DDP를 고른 것도 이 때문이다. DDP가 있는 동대문엔 패션 뷰티 산업 종사자가 30만명, 매장 수도 10만개가 넘는다. 김 대표는 "소비부터 생산, 원단과 부자재까지 한 지역에 몰려있는 이 독특한 풍경은 정부나 관이 유도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비더비가 패션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 DDP와 동대문 클러스터를 끈끈하게 엮어준다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비더비를 서울 뷰티·패션 산업의 본거지로 삼고, 홍대 종로 가로수길 등 6대 지역 거점을 선정해 뷰티 산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그는 "MZ세대가 비더비를 앞다퉈 찾는 이유는 특정 제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스토리를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서울이 글로벌 뷰티 산업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고은이/사진=김범준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