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탐방 노트 - 네이버
네이버 친환경 데이터센터 각 내부의 모습.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 친환경 데이터센터 각 내부의 모습. 사진=네이버 제공
국내 빅테크 플랫폼 대표 기업인 네이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어느 수준까지 진입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면이 있다. 네이버는 얼핏 환경(E)과 관련해 크게 접점이 없어 보인다. 사회(S) 측면에서는 온라인 거대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빅 브러더’를 연상시켜 지역사회, 공공의 이익 창출과 연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 지배구조(G) 면에서는 지난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이슈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내부 통제 시스템과 관련한 지적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ESG 경영이라는 화두에 걸맞은 내부 조직과 장치를 잘 겸비한 편이다. 자본시장 및 기타 이해관계자와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기업 IR 홈페이지를 통해 실적 관련 정보 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기본인 ESG 보고서,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가이드라인에 따른 SASB 보고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FCD) 가이드라인에 따른 TCFD 보고서로 구분해 상세히 제공하고 있다. 2020년 10월 ESG 위원회를 신설해 ESG 관련 경영 사항을 결정하고 기후변화 대응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네이버는 ESG와 관련한 여러 분야에 대해 형식과 내실을 모두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는 ‘상생 DNA’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는 ‘상생 DNA’


커머스 사업에 녹아든 ESG DNA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국내 인터넷 산업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ESG 경영은 시스템상의 기본 틀을 정비하는 것부터 사업 구석구석에 실질적으로 그 내용을 담아내기까지 많은 것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여력’이 필요하다. 이는 담당 인력, 조직 등을 의미하고 결국 비용으로 연결된다. 많은 기업이 아직은 ESG 경영 초기 단계인데, 일명 ‘ESG 얼리어답터’로 불리는 곳이 대부분 대기업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네이버 ESG 경영의 특징은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한 커머스 사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가 추진해온 커머스 사업 곳곳에 ESG DNA가 녹아 있다.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는 ‘상생 DNA’


네이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거래액 1, 2위를 다투는 최상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커머스 사업자들은 재고를 매입해 유통할 수도 있지만, 순수하게 플랫폼 역할만 하며 판매사로부터 수수료를 수취할 수도 있고 이 둘의 모델을 조합할 수도 있다. 네이버는 순수하게 플랫폼 역할만 하는 사례에 속하는데, 이 경우 빅테크 플랫폼 사업자는 막대한 데이터와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원하든 원치 않든 큰 힘을 갖게 된다.

사업 장악력을 기반으로 획득한 이러한 자산을 네이버는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판매자들과 상당 부분 공유한다. 네이버는 플랫폼 내 사업자들을 ‘파트너’라 명명하고 소상공인(SME) 사업을 지원하는 ‘SME 풀케어 시스템’이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스마트 스토어와 브랜드 스토어 사업자의 판매가 늘어야 네이버가 얻는 수수료도 함께 증가하고, 이를 다시 사업자의 판매액 증대 작업에 재투자해 회사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네이버는 소상공인(SME)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최대 매출을 최적의 비용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 고객 컨설팅 채널(엑스퍼트 비즈컨설팅), 글로벌 진출 플랫폼, 풀필먼트 서비스, 페이서비스, 데이터랩, 쇼핑라이브 스튜디오, 광고, 금융 및 보험 서비스 등 광범위한 지원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 유통 플랫폼이 ‘입점만 성공하면 플랫폼에서 알아서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는’ 수동적 형태의 사업모델을 구축해왔다면, 빅테크 온라인 플랫폼은 누구나 판매사업자가 될 수 있는 열린 능동형 장터로서 기능을 제공한다.

누구에게나 열린 만큼 진입은 수월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기에 고객의 눈에 띄어 선택받기 위해서는 부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 역시 판매사업자가 직접 나서야 하기에 많은 경험, 지식,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 온라인 플랫폼이다. 장단점이 명확한 만큼 사업자들의 고충을 최소화하기 위해 네이버는 필요한 지원 장치를 꾸준히 갖춰왔다. 이러한 노력이 네이버를 온라인 플랫폼 상위 사업자로 끌어올렸다. 이것이 바로 네이버의 ESG 경영이다.

즉 외부 평가를 위해, 또는 트렌드에 따르기 위해 급하게 준비한 ESG 전략이 아니라 사업의 내용과 구조 속에서 오랜 기간 상생이라는 이슈를 고민하고 개발해온 시스템이 네이버 ESG 경영의 독특한 면모다.

중대성 평가 통해 핵심 사업 집중 관리

네이버는 친환경 이커머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친환경 포장재 투자 확대, 친환경 상품 브랜딩, 파트너 참여를 유도하는가 하면 사내 인재 관리 및 이익 환원 차원에서 임직원 대상 스톡옵션도 꾸준히 부여하고 있다. 파트너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파트너 스퀘어를 통해 사회적가치를 창출을 강화하고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 펀드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하고 선진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해 제시하고 있다. 한편 국내 최대 포털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프라이버시 센터, 프라이버시 강화 보상 제도(PER) 등을 운영함으로써 고객 정보보호 관련 채널을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ESG 전략을 세우면서 내부적으로 사안의 중대성 평가를 실시해 중요도에 따라 티어1~티어3의 이슈를 지정하고 해당 사안의 관리 방안을 수립했다. 참고로 2020년 ESG 보고서에 따르면 티어1 이슈로 지정된 사안은 ‘정보보안, 프라이버시 및 표현의 자유’, ‘R&D 및 기술혁신’, ‘윤리 및 컴플라이언스’, ‘상생 협력과 소셜 임팩트 창출’, ‘이용자 만족’이다. 기술과 서비스,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연결고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네이버가 미래 사업에서도 어떻게 ESG 콘셉트를 또 한번 녹여낼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