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별 할당량까지 정해주며 가계대출을 억누르는 가운데, 그 불똥이 신생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로 튀고 있다. 지난 5일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내줄 수 있는 대출총량의 절반 가까이를 사흘 만에 소진했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이르면 10일께 신규 대출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단독] 토스뱅크 대출 이번주에 바닥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에서는 이날 오후까지 2000억원 이상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올해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6%대’로 묶도록 요구했다. 새로 문을 연 토스뱅크에는 ‘연말까지 5000억원’을 넘지 않도록 지도했다.

토스뱅크에는 지난달부터 약 150만 명이 사전예약 신청을 하고 대기 중이다. 예금, 대출, 카드 등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날 오후까지 약 20만 명이다. 한꺼번에 회원 가입을 받으면 대출총량 소진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토스뱅크는 신생 은행이라는 이유로 총량규제의 예외를 적용받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당황해하고 있다”며 “대기가 길어진다면 초반 ‘오픈발’은커녕 소비자 민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스는 “이달 안으로 모든 사전 신청자에게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대출 규모는 소비자 불편이 없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관리 계획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새로 출범한 은행의 특수한 상황은 이해하지만, 특정 금융사에 예외를 적용하긴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토스뱅크는 최대한도 2억7000만원, 최저 금리 연 2.76%의 신용대출 등을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토스뱅크, 출범 1주일 만에 대출영업 접을 판
"총량 5000억 빠르게 소진"

정부가 1·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나서면서 ‘인터넷은행 3인방’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형 은행들도 연말까지 비상이 걸리긴 했지만 외형이 상대적으로 작은 인터넷은행들은 중장기 사업 계획 자체가 삐걱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대출 총량을 제한하면서도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올해 전체 대출에서 중신용자(KCB 820점 이하, 옛 4~7등급) 비중을 34.9%에 맞추기로 약속한 상태다.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주어진 ‘대출 총량 5000억원’이 조기 소진되더라도 예금, 카드 등 다른 서비스를 정상 제공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 예금에 연 2%의 ‘파격 이자’를 얹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던 구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토스뱅크의 대출 잔액 현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면 사실상 은행으로서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다. 국내 인터넷은행 중 케이뱅크가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을 1년 이상 중단하면서 점유율 확장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전례가 있다. 토스뱅크가 총량규제에 막혀 대출을 끊으면 또 다른 사상 초유의 사례가 된다.

카카오뱅크는 8일부터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직장인 사잇돌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의 신규 판매를 연말까지 중단한다. 또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은 하루 신청 건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 1일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연말까지 마이너스통장 신청을 받지 않기로 한 지 1주일 만에 ‘더 센 카드’를 꺼냈다. 카카오뱅크는 “중신용자와 개인사업자를 위한 대출 상품은 정상 판매한다”면서도 “대출 증가 속도를 봐가며 추가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케이뱅크는 2일부터 일반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1억원 줄였다. 또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는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깎았다.

이전까지 케이뱅크는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대출 한도를 유지해 왔다. 자본금 부족으로 1년 넘게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가 지난해 7월에야 재개한 사정을 정부가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쉽사리 안정화하지 않고,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까지 이어지자 ‘정상 참작’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지금 방식은 너무 거칠다”며 “총량을 정해놓고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개인별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상호금융권까지 확산한 가운데 수협중앙회도 신규 가계대출 취급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수협은 이날 “연말까지 모든 조합원·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가계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생업인 어업에 쓸 목적으로 돈을 빌리는 조합원에게는 신규 대출을 계속 내줄 예정”이라고 했다. 신협중앙회도 지난 1일부터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4.1%를 초과한 조합에 한해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임현우/이호기/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