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에서 미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0%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전역의 경제활동이 단기간에 중단되고 있는 탓이다.

Fed "2분기 美 실업률 30%"…코로나 대공황 경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휴업 등 경제활동 위축으로 2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50%(연율 환산) 감소라는 전례 없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업률은 30%에 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공항 때 실업률(약 25%)보다 높을 만큼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2월 실업률은 3.5%였다.

불러드 총재는 “2분기 미국인의 소득이 2조5000억달러(약 3191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강력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Fed도) 모든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Fed "2분기 美 실업률 30%"…코로나 대공황 경고
불러드 총재의 2분기 성장률 전망은 최근 골드만삭스가 예상한 -24%, JP모간의 -14%보다 훨씬 나쁜 것이다. 이날 모건스탠리도 2분기 GDP가 30% 감소하고, 실업률은 1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7일 2분기 GDP가 4%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닷새 만에 “3월 경제활동이 거의 정지됐다”며 전망치를 대폭 떨어뜨렸다. 또 1분기 전망치는 -2.4%로 제시했으며 3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는 ‘V’자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상 이런 경제의 갑작스러운 중단은 갑작스러운 회복으로 나타난다”면서도 “하지만 파멸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뉴욕 증시 전망치도 갈수록 낮추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S&P500 지수가 고점 대비 47% 하락한 1800선에 닿기 전에는 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S&P500지수는 지난 20일 2304.92로 마감해 전 고점(지난 2월 12일)에서 32%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S&P500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작년보다 33% 감소한 110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S&P500지수가 200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Fed에서 이례적 조치가 나왔지만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폭락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진 보이빈 블랙록인베스트먼트인스티튜트 총괄은 “세계적으로 감염 곡선이 낮아지고 있다는 증거와 경제적 여파에 대한 명확성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2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은 이날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내용에 합의하지 못한 채 절차투표에 부친 결과, 찬반이 47표씩 나와 부결된 것이다. 절차 투표는 법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지를 묻는 표결을 말한다. 이 법안엔 Fed가 최대 4조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